청와대 2기 어린이 기자단 뽑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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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임명하고 청와대가 기자증을 발급해 활동하는 어린이 기자들이 있다. 청와대 어린이 인터넷 신문 ‘푸른누리’를 발행하는 기자단이다. 2008년 11월 출범한 1073명의 초등 4~6학년 학생들이 올해 2월까지 기자단 활동을 한다. 이들이 지난 1년여 동안 제주도·독도·판문점까지 전국을 누비며 취재한 기사수는 1만 694건에 이른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 오세훈 서울시장, 영국 대사와 같은 정관계인사부터 김연아·김제동·박지성등 톱스타 인터뷰까지 어른들도 어려운 특종 기사를 척척 해냈다.

다양한 체험활동 할 수 있는 탐방취재 인기

푸른누리는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에 발행되는 인터넷 신문이다. 보통 어린이 기자단은 어른의 도움에 많이 의존하는 편인데, 푸른누리 기자단은 섭외·취재·기사 작성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진행한다. 이들이 만든 신문은 특집·탐방·자율취재·테마기획·컬럼·인터뷰 등 종합일간지에 뒤지지 않는 구성을 뽐낸다. 그 중에서도 탐방·기획 기사인 ‘출동! 푸른누리’ 코너가 단연 인기다.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의 기업은 물론 기상청·독도·판문점 등 전국을 누비며 방문한 곳이 29곳에 달한다.

이지욱(서울 온수초 6)군은 “특히 독도 탐방이 기억에 남는다”며 “독도 경비대장을 직접 만나 취재하면서 독도가 가지는 지리적·경제적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푸른누리 민지숙(43) 편집위원은 “기자단이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에 초점을 많이 둔다”며 “탐방·기획기사를 취재할때는 반드시 체험활동을 포함시킨다”고 말했다. 기자단은 신문 제작 뿐 아니라 방송 콘텐트 제작에도 참여한다. ‘QOOK’ TV와 EBS‘톡톡보니하니’ 프로그램에 기자단 학생이 고정 출연, 방송기자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스스로 자기 글을 분석하는 능력도

안이삭(광주 송정중앙초 6)군은 “내성적이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기자단 활동을 추천했다. 스스로 기획하고 마감일자에 맞춰 기사를 쓰는 과정이 계획성과 책임감을 길러준 경우다. 안군의 아버지 안현수씨는 “방학 숙제도 혼자 못하던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잡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며 “형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동생도 2기 기자단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근엔 주말마다 가족 전체가 안군과 함께 취재를 나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단다.

아나운서가 꿈인 김서경(서울 계성초 5)양은 평소 학교 방송반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했던 어엿한 경력기자다. 김양은 “독자층에 맞춰 써야 하는 특징 때문에 정확한 글쓰기연습을 할 수 있었다”고 장점을 꼽았다. 기획부터 취재·기사작성·교정의 과정이 자연스레 논술능력을 키워줬다는 설명이다.

민 위원은 “초고를 검토하고 일일이 첨삭해 다시 고쳐 쓰도록 한다”며 “스스로 자기글을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처음엔 기사작성 요령을 몰라 ‘오늘은...’식으로 일기 쓰듯이 기사를 썼던 학생들이 점점 육하원칙에 맞춰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주제도 다양해졌다. 처음엔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종범 선수 인터뷰 등 굵직한 기사들도 올라왔다.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학생들 사이에 인터넷 카페 모임도 개설됐다. 기사 아이디어와 취재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군의 어머니 정금희씨는 “좁은 학교를 벗어나 전국의 아이들과 관계를 만들다 보니 서로 경쟁심이 생겨 자극이 된다”며 “적극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과부 장관·UN 사무총장 등 미래 꿈 키워

류연웅(인천 양지초 6)군은 총 346건의 기사를 작성했다. 매월 우수기자를 놓치지 않은 유군은 푸른누리 기자 활동이 자극이 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꿈꾸게 됐다. 더 많은 친구들이 푸른누리 기자단 같은 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 “꿈이 정확해지니까 활동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하루에 한 개씩 기사를 쓴 셈인데, 좀 많죠? 하하.”

이다인(부산 남성초 5)양은 UN 사무총장을 꿈꾼다. 이양은 지난해 8월 대전에서 열린‘툰자 세계청소년 환경회의’에 5박 6일간 참여해 밀착취재를 했다. 이양은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모든 인터뷰를 영어로 진행했다.

“회의에 참가했던 세계 각국의 여러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제겐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들이죠. 그때 만난 친구들과는 지금도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아요.”

[사진설명]청와대 연풍문 회의실에 모인 ‘푸른누리’ 기자단. 학생들은 “취재활동을 하면서 책임감글쓰기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며 그동안의 활동경험을 서로 나눴다. 왼쪽부터 김서경·안이삭·이지욱·류연웅·이다인 학생.

※ 푸른누리 기자단은 6000여명 규모의 2기 기자단을 19일까지 모집한다. 청와대 어린이신문 ‘푸른누리’ 클럽(kidnews.president.go.kr/kidclub)의 ‘2기 기자 지원’에 온라인으로 응모한 후 학교장의 추천서를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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