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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품앗이 '사랑나눔통장'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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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여년 전 다리를 다쳐 누워있을 때 도와주신 분들께 꼭 은혜를 갚아야 겠다는 생각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

서울 대방동 高順玉(66)할머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통장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 은행에서 발급하는 통장처럼 돈이 들어있는 게 아니다. 高씨가 지난 한해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한 시간을 저축한 '사랑나눔통장' 이다.

통장에는 자원봉사 활동 시간이 날짜별로 빼곡히 적혀 있다. 지난달 31일까지 총 6백81시간이 기록돼 있다.

일년동안 하루 2시간 가량씩 이웃돕기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高씨는 거의 매일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중풍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서울 동작자원봉사은행의 사랑나눔통장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원봉사 활동 시간을 꼬박꼬박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만큼 다른 사람으로부터 봉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11월 29일 설립된 이 은행은 자원봉사자들에게 통장을 발급, 그들의 봉사 활동 시간을 확인한 다음 통장에 기록해 준다.

봉사 활동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할 경우에 대비해 우수 봉사자 5백20여명에게 상해보험도 가입해 주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1천8백90명에게 이 통장이 발급됐으며, 통장에 적립된 봉사 시간을 합치면 3만2천 시간이 넘는다.

40~50대 주부를 중심으로 변호사, 간호사, 이.미용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참여해 사회복지시설 방문.무료 외국어 번역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 은행의 박상금(朴相今)팀장은 "경기도 군포시 등 5~6곳 지자체에서 사랑나눔통장제를 배워가 보람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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