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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만 타면 졸리다?… 이산화탄소 농도 높은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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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하철 객차의 공기에 섞여 있는 미세먼지는 공간이 막혀 있기 때문에 승객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해가 될 수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자나 심장질환자가 보는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가 ㎥당 100㎍이 넘는다면 하루 1~2시간 정도 짧게 이용하는 경우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서울 지하철 일부 구간의 미세먼지 농도는 호주의 24시간 환경기준치(㎥당 25㎍)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객차 내 나쁜 공기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사례는 바로 이산화탄소다. 지하철을 타면 졸리는 것은 객차 내에 신선한 공기가 잘 공급되지 않고 이산화탄소가 쌓이기 때문이다. 방송대 박동욱 교수가 지난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객차 내에서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결과, 모든 구간에서 지하철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 질 유지 기준인 1000ppm을 초과했고 최고치는 3377ppm에 이르렀다.

박 교수는 "이산화탄소는 환기가 잘 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1000ppm이 넘으면 산소 부족으로 답답해지고 졸리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객차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는 환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다가 승객의 체내로 흡수된다는 얘기다.

객차 내 환기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문제가 제기됐고 환경부도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 질 관리법'의 규제 대상에 지하철.버스 내의 공기 질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진국에도 객차 내 공기 질 기준은 없다"며 "기준을 도입하더라도 기술적인 면과 승객 숫자 등 운행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기장치의 용량을 늘리더라도 실질적으로 차량에 장착 가능한지 검토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공사 측은 "새로 도입하는 차량에는 이산화탄소 감지장치를 부착, 기준치를 초과할 때 강제로 배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공사는 ▶역사의 환기 시스템을 개선하고▶도로변 환기구의 높이를 높이며▶터널 내벽 물청소와 선로 먼지흡입 열차 운행 등 역사와 승강장 내 먼지를 줄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시간이 하루에 세 시간(오전 1~4시)에 불과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환기장치에 설치된 정화장치(필터)로 제대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정화장치의 성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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