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맛있는 섹스…' 봉만대 케이블 입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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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비디오는 맘 먹고 빌려보는 거고, 극장도 일부러 찾아가는 거 아닙니까. TV는 막 채널도 돌릴 수 있고, 보다 말고 화장실에 갈 수도 있고…"

13일 오후 청명한 가을 바람 속의 경기도 가평. 11월 26일부터 영화 전문 채널 OCN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 '개봉'하는 6편의 연작 영화 '동상이몽'의 촬영 현장에서 봉만대 감독을 만났다.

에로 비디오에선 보기 힘든 영상미의 '이천년' 등으로 매니어층까지 거느리다가 지난해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봉 감독이다. 그만큼 사각의 브라운관에 익숙한 영화 감독도 몇 없을 것이다.

"차기작으로 연작 영화를 생각했는데 TV라는 매체에 마침 딱 들어맞더라고요. 새로운 창구를 찾은 거죠."

'섹시 퍼즐극'을 표방하는 동상이몽은 인생의 조각조각을 모아놓은 것 같다. 5편의 영화(각 1시간)는 독립적인 얘기지만, 1편의 조연이 2편에선 주인공으로 나오는 식으로 얽혀 있어 전편을 보면 새롭게 이야기가 완성된다.

한폭 한폭의 그림이 합쳐져 병풍을 이루는 것과 같다. 6편은 1~5편을 감독이 새로운 장면을 추가해 재편집한다.

"누구나 낮에는 멜로가 됐다가 밤에는 에로가 되지 않습니까?"

이야기 구조가 복잡해지고 매체가 바뀌었지만 성애(性愛)에 천착하는 작품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맛있는…'은 서울 관객 22만명을 기록했지만, 인터넷 유료 영화 순위에선 1위에 올랐다. 솔직한 성을 다룬 얘기는 아직 혼자서 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TV가 더 적절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맛있는…'의 주연을 맡았던 김성수.김서형이 '풀하우스'(유민혁 역)'파리의 연인'(박신양의 전처 역)등으로 TV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지만 봉 감독은 무명 배우를 고집한다.

"서형이가 자진해 출연하겠다고 했지만 그럼 사실감이 안 살잖아요."

4월 24일 결혼한 봉만대 감독은 신혼여행도 미루고 촬영에 매달리고 있다. 15억원을 들여 만든 매니어 감독표 '브라운관 영화'의 6주 연속 상영-영화 콘텐트의 새로운 창구는 열릴 것인가.

가평=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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