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가 뽑은 ‘2009년 5대 이코노미스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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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손성원(66·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경제학)가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선정한 ‘2009년 미국의 5대 이코노미스트’에 선정됐다. 미국 금융계에서 내로라하는 이코노미스트 50명의 전망치와 2009년 실제 지표를 비교해 뽑은 것이다. 그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국 경제도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원(66·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빠르다. 한가롭게 통계 지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법이 없다. 월가의 최고경영자(CEO), 실무자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통화하는 게 그에겐 일상이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서너 달 후에 나오는 통계에만 매달리다간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된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갑을 한참 넘긴 석좌교수지만, 그는 지금도 펄펄 뛰는 현역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뽑은 ‘2009년 5대 이코노미스트’에 등극한 그는 경험을 최고의 자산으로 꼽았다. 그는 “컴퓨터 분석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게 수십 년간 쌓은 경험과 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석력을 바탕으로 그는 지난해 초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증가율을 1.5%로 예측했다. 2009년 실제 지표는 1.4%였다. 5명의 최고 이코노미스트 중 가장 근사치였다. 실업률은 9.3%(실제 10%), 성장률은 -1.5%(실제 0.1%)로 전망했다. WSJ는 성장률 등 5개 지표를 기준으로 최고 이코노미스트를 뽑았다.

손 교수 외에 모건스탠리의 리처드 버너와 데이비드 그린로(공동 선정),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커트 칼, 골드먼삭스의 얀 하치우스, 경제평론가 마이크 코스그로브가 5대 이코노미스트로 선정됐다.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손 교수의 전망은 인색한 편이다. 그는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25%”라고 말했다. 재정적자 문제로 더 이상 정부가 나랏돈을 풀기 어렵고, 민간 기업이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재정 위기를 겪는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은 전혀 성장하지 못할 것(성장률 0%)”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데 대해선 “IMF 전망은 몇 달 전 통계에 기반한 것이어서 시차가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 가격의 거품(버블)을 걱정했다. 그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는데 주로 증권시장으로 흘러갔다”며 “한국 등에선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려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 그는 “한국은 세계 경제라는 큰 바다에 떠 있는 작은 배이기 때문에 올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인 그는 “은행가였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늘 은행 근처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1962년 미국으로 유학 갔다.

피츠버그대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선임 이코노미스트로 발탁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 한미은행장과 웰스파고은행의 수석 부행장을 지냈다. WSJ는 2006년 그를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선정했다.

블룸버그는 2002년 성장률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로 그를 꼽았다. 미국에서만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난제를 만났을 때, 한국 금융사가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CE0)를 찾을 때 빠지지 않고 찾는 사람 중 하나가 그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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