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곤란한 50분 대화 … '핵실험 말라' 우회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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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오른쪽 줄 앞에서 두번째)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한·중 확대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모스크바=김춘식 기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여국의 정상 외교가 분주하다. 8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출발점이다.

6월 중에는 미국.일본과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북.미 대립이 격화되며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마지막 외교적 노력'같은 양상이다.

◆ 청와대 "정상회담 만족"=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북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교착 국면을 타개할 해법 마련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이날 6자회담 개최가 계속 지체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즉각적인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북한의 핵실험,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이로 미뤄 북에 대한 6자회담 복귀 촉구는 핵실험 강행 중지 요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국제적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 보좌관은 "두 분 사이에 많은 얘기가 오갔으나 공개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그러나 "회담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 두 정상 간에 북핵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해법이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은 30분간 예정됐으나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가 50분간 진행됐다.

◆ 심각한 ASEM 분위기=7일 폐막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도 북핵 문제는 심각했다. 한.중.일 외교장관만 이를 지적한 게 아니다. 38개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교토 ASEM 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성명은 "2월 10일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 깊이 우려한다"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장관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여러 소문이 오가지만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다"며 "하지만 6자회담이 10개월 넘게 중단된 동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계속 추진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장관도 "현재 각종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이 문제를 놓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아직은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최훈 기자, 교토=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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