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지상의 맛집 풍경] 안동닭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닭백숙.닭도리탕.닭곰탕.춘천닭갈비.프라이드치킨.전기구이통닭…. 닭고기 요리는 어느 것이든 부담이 없고 정겹다.

주머니가 가벼울 때 길거리의 음식점 간판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닭' 자(字)고, 아이들이 무언가 시켜달라고 아웅성을 칠 때도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닭고기 메뉴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입구 건너편에 있는 '안동닭찜(02-745-6981)' . 통유리 너머로 힐끗 내부를 훔쳐봤더니 요즘 유행하는 젠(zen)스타일의 차분한 인테리어에 직장 새내기처럼 보이는 손님들이 가득하다.

식탁 한 가운데 큰 접시를 놓고 모두들 열심히 뜯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빈 자리가 없댄다.

한쪽에서 기다리려 하니 내부가 비좁아 불편할 것이라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

앞서 예약한 손님들도 세 팀이 있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약이 올랐지만 40여분 동안 밖에서 기다린 끝에 '우리 식탁' 을 차지할 수 있었다.

메뉴판도 없다. 메뉴라곤 단지 찜닭 뿐이라고 한다.

가격은 한마리에 1만7천원.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 식탁 중앙에도 커다란 접시에 담긴 닭고기 요리가 올라왔다.

새 손님을 맞을 시간에 맞춰 미리 요리해 놓았기 때문이란다. 닭찜이라고 해서 닭백숙과 '그게 그거겠지'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닭도리탕과 흡사한데 국물이 없다. 색깔도 뻘겋지 않다. 큼직하게 썬 감자.양배추.양파.당근에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던 당면이 잔뜩 들어 있어 푸짐하다. 어른 세명이 족히 먹을 양이다.

닭고기 한점을 입에 넣었더니 푹 익은 고기가 달콤하면서 매콤하다. 청양 건고추로 매운 맛을 낸 것. 마치 불고기 양념에 닭도리탕 양념을 더한 것같은 '재미 있는' 맛이다.

젓가락으로 당면을 들어올렸더니 가위가 함께 나온 이유를 알만하다. 당면을 자르는 용도로 나온 것이었다. 당면은 잘 삶아 양념한 잡채처럼 쫄깃하고 감칠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 매운 맛이 강해 코끝에 땀이 맺힐 정도. 반찬으로 나온 동치미나 소주 한잔으로 얼얼한 입안을 달래야 한다.

식사거리는 따로 없으므로 부족하면 공기밥(1천원)을 추가해 남은 국물에 비벼 먹으면 된다.

식탁 6개에 좌석수는 24개. 전화예약은 받지 않는 대신 손님이 온 순서대로 자리를 내주므로 새치기 걱정은 안해도 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자정이며, 쉬는 날은 없다. 주차장도 없다.

유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