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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항저우 공용자전거 2년째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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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일 중국 항저우(杭州)시에 있는 서호(西湖) 부근 자전거보관소에서 관리직원(오른쪽)이 이용자의 IC카드로 자전거를 빼주고 있다. [항저우=오대영 선임기자]

지난 1일 오전 10시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대형 호수인 서호(西湖) 부근. 대로 옆에 만들어진 자전거길이 붉은색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다. 길 옆에는 똑같은 붉은색 자전거 30여 대가 세워져 있는 보관소가 보인다. 자전거들은 모두 걸쇠로 채워져 있었다. 한 남성이 오더니 걸쇠에 카드를 댔다. 그러자 걸쇠가 열리고, 그 남성은 자전거를 꺼낸 후 타고 갔다.

자전거 보관소 옆 관리소의 구청 공무원 둥젠민은 “항저우시가 2008년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용 자전거 임대 시스템”이라며 “공공 버스회사가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 자원과 수입이 많은 항저우시가 800만 시민의 복지와 환경 보호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항저우 시내 2000여 곳의 보관소에는 5만여 대의 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한 곳당 평균 25대가 있는 셈이다. 둥은 “사람이 많이 이용하는 보관소 70곳에는 구청에서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등을 안내해주거나 곧바로 자전거를 보충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저우 시민은 교통·쇼핑 등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개인 시민카드를 이용해 자전거를 빌려 탄 뒤 가까운 보관소에 반납하면 된다”며 “1시간까지는 무료지만 1시간을 초과하면 3시간까지는 시간당 1위안(약 169원), 그 이후에는 시간당 3위안을 내면 된다”고 말했다.

항저우의 한국기업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박모씨는 “외국인이나 관광객 등 외부인들도 교통카드를 빌린 후 200위안 이상 넣으면 항저우 시민과 똑같은 조건으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며 “200위안은 교통카드를 반납할 때 돌려 받는다”고 밝혔다. 시민카드와 교통카드는 IC카드다. 보관소에 있는 카드 판독기에 카드를 대면 이용자 번호, 자전거를 빌린 시간, 반납 시간, 이용 시간, 이용 대금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이 카드를 통해 이용 요금이 버스회사에 자동 입금되는 것이다. 둥은 “자전거를 반납하지 않으면 버스회사가 카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고,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분실할 우려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대 자전거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30분(여름에는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둥은 “저녁에는 관리소 직원들이 퇴근하는데, 카드 고장 등으로 자전거를 반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이용 시간을 제한했다”며 “이용시간 이후에는 24시간 직원들이 관리하는 보관소에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저우시는 이 임대 자전거 시스템이 성공하자, 이제는 공단 지역 등 대중교통 시설이 부족한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른 시에서도 많이 견학 오고 있어 ‘항저우발 자전거 혁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항저우=오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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