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뭐가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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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날로부터 정확히 3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큰 차이가 없다.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긴 했지만 미흡한 구조조정 등 숙제가 많으며, 정치.사회현상을 종합하면 위기의 조짐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제지표는 좋아져〓지난 3년간 우리 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1998년 마이너스 6.7%였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0.7%까지 올라갔고, 올해도 9% 전후의 성장은 무난할 전망이다.

경상수지 역시 1997년 81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후 98년과 99년에는 각각 4백5억달러와 2백50억달러 흑자로 반전했다.

대우그룹을 해체하고 5개 은행을 퇴출시키는 등 금융.기업 구조조정도 과거 정권과는 다른 강도로 이뤄졌다.

벤처 바람까지 가세하면서 주가는 크게 올라 종합주가지수 1, 000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성장률도 뚝 떨어지는 등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인들의 소비나 기업의 설비투자 열기도 급격하게 식어 경기급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연구위원은 "올 상반기까지의 빠른 회복세는 반도체 등 일부 종목의 호조에다 통계기법상 비교시점이 되는 지난 시기의 수치가 워낙 나빴던데 따른 기술적 반등 효과가 겹쳤다" 며 "이로 인한 일종의 착시(錯視)현상이 경제주체들의 긴장감을 이완시키면서 구조조정 지연으로 이어졌고, 그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좋아진 지표는 외환보유액이다. 97년말 88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지난 9월말 현재 9백2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 위기는 다시 오나=경제상황만을 놓고 보면 구조조정을 서두르자는 것이 전문가들 대부분이 제시하는 해법이다.

문제는 현재의 위기 국면이 경제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신뢰도나 기능 위축, 정치권의 파행, 노.사.정(勞.使.政)의 갈등 구조 등이 뒤얽힌 '복합 위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파행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정부.여당은 상반기에 실시된 4.13총선을 의식해 부실 금융기관 정리나 현대건설 자구 문제 등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 와서 '벼락공부' 하듯 서두르고 있다.

여야는 검찰총장 탄핵소추 무산 이후 극한대결로 치달으면서 구조조정에 필수적인 공적자금 추가조성안의 국회동의 지연도 불사하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복합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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