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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여자만세' 일상사 잘 녹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눈물이 없는 코미디는 코미디가 아닙니다."

지난 15일부터 방영한 SBS 수.목 드라마 '여자만세' 를 쓴 박예랑 작가의 말이다.

지난해 MBC '마지막 전쟁' 에서 보여준 코미디 작가로서의 '내공' 이 되살아날지…. 지난주엔 평균 시청률 25%를 넘기면서 경쾌하게 출발했다.

"이번엔 조기종영만 안 당하면 된다는 심정으로 편하게 가려구요. "

아픈 기억이 떠오르나 보다. '마지막 전쟁' 이후 시도한 멜로물 '사랑의 전설' 에서 쓴맛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진지한 사랑 이야기를 써야만 진짜 작가다' 란 생각을 했어요. '코미디 작가' 란 꼬리표를 떼고 싶기도 했구요. 그래서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률에 더 집착했었죠. " 그런데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결국 코미디란 장르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트렌디 드라마는 저한테 맞지 않아요. 서민의 이야기가 좋아요. 시장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

하긴 1993년 데뷔 때부터 주력했던 작품도 단막 코미디였다. '달수 시리즈' '미녀와 야수' '남편의 못생긴 아내' 등이 대표적인 예. "가장 슬픈 장르가 코미디죠. 웃음을 통해 던지는 눈물이야말로 코미디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 때문에 그의 드라마에는 의외의 대사가 등장한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 사회가 문제야!" 라는 식의 정공법이 곧잘 쓰인다. 그러면서도 코미디의 톤을 잊지 않는다.

"어~이, 여기 술과 고기를 가져오너라" 라는 엉뚱한 대사로 바로 풀어준다.

"제 작품에서 가장 무거운 대사를 하는 인물이 사실 가장 코믹한 사람입니다. '마지막 전쟁' 에서 임현식씨가 했던 것처럼, '여자만세' 에서는 이덕화씨가 그 역을 할 겁니다. 시청자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감은 뉴스보다 드라마가 더 큰 법이니까요. "

앞으로도 계속 코미디 형식에 여성 문제를 녹여낼 계획이다.

"작가의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 을 다룬 드라마는 별로 없어요. 예쁜 여자, 착한 마누라만 등장하죠. 나만이라도 이마에 '페미니즘' 이라고 써붙이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향점이 뭐냐고 묻자 '따뜻함' 이라고 답한다.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웃고 공감하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란 생각을 한다면 성공이죠. " 경제가 좋지 않아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질 겨울에 이번 드라마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글=백성호.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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