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빙상스타 기업 홍보맨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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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1980년대에 세계 스피드 스케이팅 스포츠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배기태(39)씨가 대전에서 기업홍보맨으로 뛰고 있다. 그는 83년부터 국가대표 선수로 나서 네번이나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의 대표적인 빙상스타였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경기에서 최고 시속 140㎞로 주파해 당시 유럽 빙상계는 그를 '황색특급'이라고 불렀다.

배씨는 지난해 7월 대전에 본사를 둔 ㈜대덕테크노밸리에 입사해 현재 홍보과장을 맡고 있다. 2001년 한화그룹과 대전시, 한국산업은행이 공동 출자해 만든 대덕 테크노밸리는 2007년 준공을 목표로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부지(면적 425만7000㎡)에 벤처산업 복합도시를 개발 중이다.

90년 선수생활을 접고 92년부터 5년간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스포츠 의학을 공부한 뒤 모교(단국대) 교수.TV 해설위원.국가대표팀 감독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92년 8월 대전 남선공원체육관의 총괄본부장으로 진로를 바꿔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배 과장은 "체육관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대덕테크노밸리로 자리를 옮기는 기회가 왔다"며 "국가대표 선수로 갖가지 극기훈련을 받은 것이 조직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며 사회생활에서도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

그는 최근 대덕테크노밸리의 사업홍보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달 한화 대전공장.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등 한화그룹 산하의 중부지역 8개 사업장과 자매결연을 한 불우 어린이들을 초청해 지리산 등반 행사를 갖는 등 매년 40여차례의 회사홍보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배 과장은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유명 선수 출신들이 중도하차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선수 시절의 악착 같은 승부근성을 살려 반드시 회사원으로서도 성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네살 때 아버지에게서 스케이트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뒤 논바닥에서부터 얼음을 지치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수로 나섰다. 그는 대전의 둔산 신시가지 아파트에서 부인, 두 아들(중2, 초등4)과 함께 살고 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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