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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삼국지 평론집 펴낸 김재웅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초야에 묻혀 있던 '삼국지 고수' 가 거장(巨匠)들을 향해 과감히 도전장을 냈다.

최근 '나관중도 몰랐던 삼국지 이야기' (청년사)라는 평론집을 펴낸 김재웅(金載雄.35)씨.

그는 평론가도, 학자도 아니다. 단지 여러 군상의 영웅이 등장하는 삼국지에 '미친' 아마추어 매니아일 뿐이다.

그런 金씨가 겁없이 '삼국지연의' 의 저자인 나관중도 미처 몰랐던 점을 꼬집으며 삼국지 해부를 시도한 것이다.

그만큼 金씨의 삼국지에 대한 지식은 남다르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부터 월탄 박종화나 이문열의 삼국지까지 소설은 18번을 읽었고 이외에도 진수가 편찬하고 남송의 배송지가 주해한 정사 '삼국지' 를 탐독했다.

'삼국회요' '세설신어' '후한서' 등 관련 서적도 원어로 통독했다.

광주고와 상지대 사회복지학과를 나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金씨지만 독학으로 1년 동안 한문을 공부해 책을 읽었다.

그는 이렇게 얻은 지식을 저서에 옮겨 여러가지 색다른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등장인물의 랭킹이 일단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무장(武將)베스트 10' 은 여포.관우.장요.장비.하후돈.조자룡.마초.안량.장합.황충 순이고, '모사(謀士)베스트 10' 은 제갈량.노숙.순욱.순유.전풍.가후.곽가.방통.정욱.유엽 등이다.

일반인들의 상식과 달리 노숙 등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정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탓이다.

金씨는 3년 전부터 PC통신에서 '김재웅의 삼국지(go samguk)' 라는 무료 사이트를 운영해 동호인들 사이엔 이미 '삼국지 도사' 로 통한다.

여러 업체가 인터넷상에 전문 사이트를 만들어 주겠다며 손길을 뻗치기도 했지만 그는 모두 거절했다.

"직업적으로 할 욕심은 없습니다. 인터넷은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반면 험한 욕설 등에 대한 제재가 어렵죠. 영웅의 삶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생업 외에 하루 평균 5시간씩을 사이트 운영 등 '삼국지' 에 쏟아붓는 金씨는 "고전에 투자한 시간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 고 강조했다.

"정사에 보면 제갈량이 사후에 남긴 총재산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밭 열두 고랑과 뽕나무 8백 그루였답니다. 집에서 비단 한 필 나오지 않았구요. 사실상 촉나라의 최고 권력자였는데도 말이죠. '천하삼분지계' 라는 젊은날의 구상을 실현하는데만 바친 삶이 우리 현실과는 참 대조적이에요. 지금도 뭉클한 감동을 얻곤 합니다."

글.사진〓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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