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잘못된 환경 영향평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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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도입된 1981년 이후 처음으로 훼손된 환경에 대한 원상회복명령이 내려졌다. 경기도는 '엉터리 환경영향평가' 를 근거로 토지개발공사가 시행 중인 경기도 용인 신봉지구 택지개발 공사의 전면 중단 조치와 함께 훼손한 자연녹지 1만여평을 원상회복하라고 명령했다. 30~50년생 상수리나무 등 울창한 숲을 되살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

'도시의 허파' 에 해당하는 이런 숲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시민환경운동의 쾌거로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산림벌목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환경당국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등의 노력 끝에 얻어진 땀의 결실이다.

그러나 분별없는 개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금호엔지니어링이 보존할 가치가 충분한 녹지를 개발가능한 6등급으로 엉터리 분류했는데도,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오류를 잡아내지 못하고 무사통과시켰다.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비로소 환경부가 재조사에 나서 환경영향평가가 잘못됐음을 알아냈으니 큰 문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환경영향평가제도 자체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형 공사의 측량.기본계획, 환경.교통.재해 영향평가, 기본설계.실시설계를 몽땅 묶어 발주하는 현행 방식이 부실평가의 큰 원인이다.

대행업체는 용역을 따내는 데 급급해 환경영향평가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용역을 따낸 뒤 환경영향평가를 헐값에 하도급을 주니 전문인력의 현장조사도 불가능하다. 환경영향평가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1~2%에 불과하다.

또한 엉터리 평가대행업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도 문제다. 일을 따내지 못하는 업체엔 3개월 업무정지나 등록취소까지 시키면서도, 부실 평가대행업체엔 업무정지 1개월이 고작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환경영향평가를 따로 떼내 용역을 맡기고, 환경영향평가 비용의 현실화와 부실평가 제재 강화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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