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몰고 온 '김용갑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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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대정부 질문 이틀째인 14일 오전 본회의장. 순탄하게 진행되던 회의가 순식간에 고성과 삿대질로 헝클어졌다. 민주당을 "조선 노동당의 2중대" 로 비유한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 바람에 검찰탄핵안 문제로 격화된 여야의 대치상황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 욕설 난무〓네번째 질문자로 나온 金의원은 민주당의 국가보안법 개정 방침을 비난하며 "이러니까 사회 일각에서 민주당이 노동당 2중대란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 고 주장했다.

순간 민주당 쪽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의원들은 "정신 나간 × 아니냐" "또라이" 등 격한 용어를 써가며 반발했다.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는 단상 앞으로 나가 의사진행발언을 요구했다.

임채정(林采正).김희선(金希宣)의원 등이 "이런 때 가만 있으면 되느냐" 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사회를 보던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은 金의원에게 "아무리 의원이지만 남의 당을 2중대라고 할 순 없다. 속기록 삭제 문제를 정창화(鄭昌和)총무와 상의해 달라" 며 진화에 나섰다. 회의는 시작 1시간10분 만인 오전 11시10분 정회됐다. 회의 전 金의원은 미리 배포한 원고에선 이 내용을 빼놓았다.

◇ '중대 결심 각오해야' 〓이어 열린 민주당 1차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은 '2중대' 발언을 성토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우리를 적(敵)으로 몬 한나라당과 국정을 함께 논할 수 없다" 고 했고,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속기록 삭제 정도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고 말했다.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은 "당이 중대결심도 각오해야 한다" 고 거들었다.

"국회에서 金의원의 제명을 건의한다" (설송웅) "민족에 대한 반역" (송석찬), "국회에서 빨갱이란 말이 다시 못나오게 해야 한다" (김희선)며 흥분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DJ와 민주인사들을 탄압한 군사독재의 하수인" 이란 험담도 쏟아졌다. 송영길(宋永吉)의원은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번 발언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 고 요구했다.

◇ "할 말 했다" 〓반면 정회 도중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박희태(朴熺太).김기춘(金淇春)의원은 金의원을 찾아가 악수를 청했다.

김종하(金鍾河).권오을(權五乙).이주영(李柱榮)의원은 金의원에게 "잘했다" "수고했다" 고 격려했다. 최연희(崔鉛熙)의원은 "밀양(金의원 지역구)에선 잔치를 벌일 것" 이라고, 윤한도(尹漢道)의원은 "속기록 삭제는 안된다" 는 격려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는 정창화 총무를 불러 "발언의 진의가 어떻든 경제와 나라가 어려운데 이런 발언으로 국회가 공전돼 국민으로부터 비난받지 않겠느냐" 고 걱정했다.

이정민.고정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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