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중국 네티즌, 미국 비난 ‘인해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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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만 무기 판매로 촉발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정면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전선이 무기 판매 문제를 넘어 달라이 라마 면담 문제, 군사력 투명성 문제, 보호무역주의 논란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제동을 걸었고, 여차하면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 중단 가능성도 시사했다. 더불어 국영 매체와 인터넷을 통한 인해(人海)전술 식 여론몰이도 펴고 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무기 판매를 강행하면) 양국 관계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신형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3(PAC-3) 114기, UH-60M 블랙호크 헬기 60대 등 6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대만에 팔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미국 기업은 보잉·록히드 마틴·레이시온·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등으로 알려졌다.

달라이 라마 면담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공산당 통일전선부 주웨이췬(朱維群) 상무부부장은 이날 “미국이 (달라이 라마 접견) 결정을 한다면 중국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이는 양쪽에 해가 될 뿐 이득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산 시추용 강관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취한 데 대해서도 야오젠(姚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1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양국 무역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국내 여론을 총동원해 미국에 집중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 언론과 포털 사이트들이 미국의 무기 판매를 비난하는 인터넷 서명 운동을 전개하자 불과 이틀 만에 3억 명(누적 계산)의 네티즌이 참여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중국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 무기 판매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일 “대만 무기 판매는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미국의 오래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변호했다. 미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입장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를 시사한다”고 1일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대만 무기 판매 허용은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중국에 호락호락하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29일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미온적 움직임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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