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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기 다룬 장편소설 『불멸』 펴낸 이문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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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문열씨가 2일 세종문화회관 벨라지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순국일이 다음달 26일이다. 1909년 10월 22일 만주 하얼빈역에서 거사를 감핸했던 안 의사는 100년 전 이 맘 때 뤼순 감옥에서 자서전 『안응칠 역사』를 쓰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 이문열(62·사진)씨가 안중근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불멸』(민음사)을 냈다.

소설은 몸집이 작고 솜털이 묻어날 듯 발그레한 뺨의 열여섯 소년 안중근부터 시작한다. 도적의 무리로 알고 동학당 토벌에 나섰다가 그들도 불쌍하고 순박한 민초일 뿐임을 깨닫는 등 내적 각성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이씨 특유의 유려한 문체로 따라간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후 형사범 아닌 전쟁포로 대접을 요구한 점, 순국 직전까지 ‘동양평화론’을 집필한 사상가적 면모 등을 아우른다. 부인에 대한 애틋함 등 인간적 측면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꿋꿋이 신념을 지켜 운명을 자기 것으로 만든 안중근의 안팎을 되살렸다.

이씨는 2일 간담회에서 “안중근의 삶을 들여다 보면 인생의 어느 시기에 목표를 정한 다음부터 앞뒤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 죽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선택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일종의 예배와도 같은 삶”이었다는 것. 소설을 윤기 있게 하기 위해 “로맨스를 집어넣으려고 고심했지만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200자 원고지 400매 분량의 자서전에 15년을 살며 3남매를 둔 아내에 대한 언급에 10줄에 불과할 정도로 여성에 대한 언급이 적고 사생활에서 일탈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경건함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순진함이랄까, 선 굵은 면모가 있는 분이셨죠.”

제목 ‘불멸’ 역시 고심의 산물이다. 이씨는 “안중근은 어찌 보면 자객이기도 했고 스스로 장군으로 불리길 원한 군인이었으며, 행위의 장렬함에 주목하면 영웅이다”며 “어느 하나로도 그를 담아내기 미흡해 ‘불멸’이란 제목을 택했다”고 했다. 조국을 위해 자신을 바쳐 불멸을 얻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요즘 민족주의는 여기저기서 공격을 받고 있다.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씨는 “민족주의가 용도폐기되더라도 안중근을 되돌아보는 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설은 원고지 2900매 분량이다. 이번에 제1권이 나왔다. 나머지 제2권은 일주일 뒤쯤 나온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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