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은행·나눔장터 찾아가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입생은 물론 재학생·전학생도 알뜰 이용

가락고 2학년 김태후(18)군의 어머니 김윤혜(44)씨는 송파구청 앞 ‘헌책교복은행(이하 교복은행)’을 벌써 두번 이용했다. 지난해에 비해 키가 7cm나 자란 아들에게 몸에 잘 맞는 교복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 곳에서 깨끗한 재킷과 바지, 셔츠 등 3점을 모두 3000원에 구입했다. 새것 같은 교복 1점을 단돈 1000원에 산 것이다.

김씨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 좀 넉넉하다 싶게 교복을 맞췄어요. 그런데 워낙 많이 자랄 시기라 그런지 교복이 작아 불편해하더군요”라며 “다시 맞출 수도 없어 고민했는데 그때 그때 교복은행에서 몸에 맞는 옷을 교환해 잘 입히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용인에 살다가 올해 초 잠실로 이사 온 최광범(15)군은 송파구 삼전동에 있는 배명중학교에 다니게 됐다. 다음 달이면 3학년인데 겨우 1년 입자고 20만~30만원이나 되는 교복을 새로 맞추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복은행에서 헌 교복을 사기로 했다. 어머니 민경선(40)씨는 “예전에 TV에서 송파구 교복은행이 연중 상시로 운영된다는 얘기를 듣곤 좋은 공간이라 생각했어요. 이렇게 알뜰하게 이용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그는 “옷이 모두 새것처럼 상태가 좋아 굳이 새 교복을 살 필요가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날 민씨가 구입한 교복은 모두 6점. 동복 바지와 재킷, 조끼 각 1점에다 하복 상의 2점, 바지 1점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지갑에서 지출한 돈은 6000원이다. 동복과 하복을 새로 맞추려면 최소 50만원은 족히 들지만 교복은행 덕에 목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낀 돈은 아들의 학용품 구입에 쓰기로 했다.

중학교 3학년인 김지오(16)양의 어머니 권희숙(42)씨도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나면 교복은행을 이용할 계획이다.

권씨는 “외모에 한창 신경 쓸 나이의 여자 아이라 일단 새 교복을 구입한 후 블라우스나 스커트 등 자주 빨아 입어야 하는 옷은 교복은행에서 여벌로 하나씩 더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복 대물림 가계절약·환경보호 1석2조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헌책 교복은행’은 2004년 2월 오픈해 지금까지 신학기를 앞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역 중·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여 지금까지 9700여 점의 교복을 기증 받았다. 그중 8200여 점이 새 주인을 찾아갔다.

올해도 관내 43개 중·고등학교에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각 동주민센터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홍보에 나섰다. 현재 교복 1000여점을 확보한 상태. 졸업 시즌을 맞아 물량이 점점 늘고 있다. 기증받은 교복은 세탁을 거쳐새 교복의 200분의 1수준인 한 점에 1000원에 판매한다. 판매수익금 1000원은 옷 한 점에 들어가는 세탁비로 고스란히 쓰인다. 매장판매원 석재민(24)씨는 “해당 학교 교복이 있는지 전화로 물어본 뒤 방문하는 게 좋다”며 “졸업식 직후인 10일 이후에 물건이 많이 들어오니 이 때를 놓치지 말라”고 귀띔했다.

이 곳엔 교복 외에도 일반교양도서, 참고서등 약 2000여 권의 헌책도 진열돼 있다. 아동도서와 성인도서를 권당 200원, 4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송파구청 클린도시과 김종운 팀장은 “입소문이 번져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다”며 “제 몸에 맞는걸 찾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는 주민들을 보면 아쉽다”고 했다.

헌책·헌교복은 방문 후 기증하면 된다. 물건이 많을 때는 구청 클린도시과에 전화(02-2147-2867)로 접수하면 구청 수거차량이 방문해 수거한다.

[사진설명]지난 1월 25일,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 지오(16·왼쪽)와 함께 ‘헌책·교복은행’ 구경에 나선 권희숙(42)씨. “새것 같은 교복을 단돈 1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니 너무 좋다”며 웃고 있다.

< 하현정 기자 / 사진= 최명헌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