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사는 데이비드씨 부부가 다음주 한국을 방문한데. " (남편)
"정말! 한번 꼭 뵙고 싶었는데. " (부인)
"우리집에 며칠 머물면서 서울 구경하라고 했어. " (남편)
"그런데 그 분들 한국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할텐데. " (부인)
"참! 그렇지…. " (남편)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최웅수(45).정효숙(41)씨 부부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몇해 전 崔씨가 영국 런던에서 공부할 때 이웃에서 절친하게 지냈던 데이비드씨 부부를 집으로 초청했으나 대접할 음식을 장만하는 일이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책과 씨름하며 영국인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을 그럭저럭 만들 수야 있겠지만 희귀한 음식재료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다.
崔씨 부부처럼 외국생활 경험자가 많아지면서 입맛에 익숙해진 외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전통음식 재료를 파는 상점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 이들 재료상들은 서울 이태원이나 남대문시장, 한남.북창.논현동 등에 집단적으로 들어서 있다.
독일에서 10여년간 생활한 김정희(43)씨는 "유럽에서는 한국.일본 음식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으나 우리는 그렇지 못해 불편하다" 며 "그러나 해외교류가 점차 늘면서 외국음식 재료상들이 문을 열고 있어 반갑다" 고 말했다.
◇ 젤 델리카트슨=서울 이태원에 있으며 다양한 메뉴의 외국 음식재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객 중 70%가 외국인이지만 최근에는 내국인의 발길도 늘고 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에 사용되는 각종 소스.향신료.치즈와 양질의 거위간을 판다. 또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와인 5백여가지도 전시 판매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이탈리아 모차렐라 파마산 치즈, 스위스 그뤼예 에멘탈 아펜젤러치즈, 영국산 블루치즈 등도 만날 수 있다.
◇ 한남슈퍼=외국 대사관저가 밀집해 있는 한남동 볼보빌딩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여러가지 종류의 파스타.향신료.소스.치즈.햄과 채소류를 판다. 프랑스산 정통와인과 독일산 맥주도 구비하고 있다.
◇ V.SHOP.21=최근 새로 문을 연 서울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층 수입도매상 내 식품전문점. 쇼핑공간이 널찍해 이용이 편리하다.
스위스.프랑스산 각종 치즈와 파스타류, 동남아시아 쌀국수류, 일본의 가쓰오부시 등 세계 각국의 수입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 북창동 중국요리 재료판매 거리=프라자호텔 뒤쪽에서 남대문 시장으로 통하는 골목가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 대형 상점 4곳이 영업 중이다.
춘장.두반장.굴소스 등 중국요리에 필수적인 기본소스부터 양장피.말린 해삼.꽃빵.냉동만두.딤섬.삭스핀 등을 살 수 있다.
또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이나 옥수수.콩.죽순.짜사이.팔보반.돼지삼곁살 통조림도 있다. 크고 작은 접시와 자루가 긴 쇠국자, 바닥이 깊은 튀김프라이팬, 중국 칼.스푼 등 조리기구도 걸려 있다.
동일상회 주인 유수송씨는 "중국음식점 주인들이 주고객이지만 중국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 주부들도 많이 찾아온다" 고 밝혔다.
◇ 태평종합식품=일식요리 재료 전문 판매점으로 우동 다시.메밀 다시.생우동면.메밀면 등 면(麵)류와 우스구치.고이구치 등 간장류, 튀김 강화제인 이스하다, 미광제인 미오라 등을 일본에서 직수입했다.
앞으로는 우동 국물 맛내기, 스키야키 요리법, 튀김 바삭하게 하기 등 일식요리 교실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는 게 상가측의 설명이다.
◇ 기타=남대문 시장내 일명 도깨비시장으로 알려진 C.D.E동 지하상가 수입식품 매장들과 하얏트 호텔의 '델리' , 논현동 영동시장내 '제천상회' 등에서 외국요리 재료를 구할 수 있다.
이밖에 외국 음식재료 전문 판매점은 아니지만 일산의 '화이트홈' 과 '혜원상사' 는 중식과 일식 요리재료를 구비하고 있으며 분당의 '가나유통' 은 베트남 쌀국수 등을 팔고 있다.
주부 최은순(37.일산)씨는 "외국음식 재료를 파는 식품점에서는 음식 재료를 구할 수 있는데다 생소한 재료를 조리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어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