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분장 자동차 판매 강종필씨 “튀는 전략과 열정만이 늦깎이 세일즈왕 만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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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캐릭터 인형을 들고 거리에 나선 자동차 세일즈맨 강종필씨. [조영회 기자]

언제부턴가 아산 주요 도로변에서 눈에 띄는 인형을 뒤집어쓰고 춤을 추는 사람이 나타났다.

처음엔 개업 집 홍보를 위한 이벤트인가 했지만 아니었다. 어느 날은 버스터미널 앞 대로에서, 또 어느 날은 신정호 관광지에 등장해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40줄을 넘긴 남자라면 고교시절 누구라도 입어본 경험이 있는 까만 교복차림을 한 속칭 ‘모여라 꿈동산’ 인형. 가는 곳 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굴까? 캐릭터 인형을 처음 본 이후 10여 개월이 흘렀다. 우연한 기회에 그 주인공을 만났다. 강종필씨, 그의 직업은 자동차 판매 사원이었다. 그날은 인형을 벗고 진짜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까지 짧게 깎아 영락없는 7080시절 ‘고딩’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해 자꾸 궁금한 걸 묻다 보니 직격 인터뷰가 됐다.(※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Q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올해 마흔 넷입니다.”

Q 언제부터 인형을 쓰고 자동차 판매를.

“1년 조금 넘었습니다.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지는 20개월 정도 됐고요. 처음에는 남들 하는 것처럼 했는데 하도 실적이 안 나와 고민 끝에….”

Q 그럼 지금은 차를 많이 파세요.

“한 달에 10대 정도 팝니다. 일하는 대리점에서 경력 10년 된 선배 1~2명을 제외하고는 제가 제일 많이 팝니다. 명함을 드리면 알아보시고 다들 계약을 해주십니다. 열심히 산다고 격려도 해 주시고….”(※명함에도 ‘고딩’ 캐릭터 인형이 새겨져 있다)

Q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1억원은 안 넘습니다.(웃음) 버는 돈의 절반 정도는 영업 비용으로 다시 나갑니다. 서비스 용품 하나라도 가능한 한 최상품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선뜻 계약했는 데 실망스럽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고객관리를 위한 모토는 ‘언제나 내 차처럼’입니다.”

Q 처음엔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인형을 뒤집어쓰고 처음 거리로 나간 날, 1시간도 못 버티고 사무실로 돌아왔어요. 인형을 썼으니 얼굴이 보일 리 없는데도 창피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 날 다시 용기를 내서 거리로 나갔는데. 왠지 서글픈 생각에 인형 속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Q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셨어요.

“사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영업을 시작했잖아요. 다니던 택배회사에서 주로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하다 보니 몸이 성치 않았거든요. 자동차 대리점 소장인 친구 권유를 받고 1년을 고민한 끝에 시작한 일인데. 처음 5~6개월은 허송세월만 보냈어요.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냈지요.”

Q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고2 올라가는 아들이 하나 있어요. 아이가 6살 때 엄마는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고요. 혹시 상처가 될까 봐 미리 물어봤어요. ‘괜찮다’고 해주더군요. 다행히 열심히 사는 아빠를 부끄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쉬는 날이면 아이와 함께 영화도 보고 산책도 하며 하루 종일 같이 지내려 노력한다)

Q 아이가 자동차 영업을 하고 싶다면.

“시킬 생각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는 반대입니다. 잘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너무 어려서 돈을 좇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엔 꿈을 좇아야지요.”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이에게 엄마를 만들어 주는 게 목표예요.(웃음) 10년 넘게 ‘엄마’ 소리를 못하고 큰 아이에게 엄마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 다음 목표는 대전·충남에서 자동차를 제일 많이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되는 겁니다. 천안에는 로보캅, 아산엔 ‘고딩’이 있습니다.”(※천안에선 로보캅 복장을 한 자동차 판매사원이 한때 화제가 됐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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