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부도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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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8일 오후 대우자동차가 최종 부도 처리되자 대우차 임직원들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 부평.군산.창원 등 공장은 부도 후에도 정상 조업이 이뤄졌으나 협력업체들은 연쇄부도를 우려하며 크게 동요했고 관련 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 공장〓부평공장은 8천여 직원이 평소와 다름없이 조업을 계속하다 오후 2시쯤 최종 부도 소식이 알려지자 불안에 휩싸였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법정관리가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 "당장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거냐" 며 초조해 했다.

근로자 이정식(42)씨는 "벌써 두달치 월급을 받지 못했는데 이젠 집을 팔고 전세로 옮겨야 겠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3천여명의 군산공장 직원들도 "주야 2교대로 풀가동되고 있는데 부도가 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며 허탈해 했다.

한편 노조측은 각계 전문가.사회단체 등과 함께 자체 자구 계획을 마련해 이달말 대의원대회에서 확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협력업체〓변속장치 등 생산제품의 80%를 대우차에 납품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 신진화학은 "최근 못받은 대금과 어음을 할인해 쓴 돈이 모두 30억원" 이라며 "결국 우리도 부도가 나는 것 아니냐" 며 불안해 했다.

대우차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인천 남동공단의 이종문 경영지원팀장은 "특단의 대책이 안나오는 이상 협력업체들이 한꺼번에 쓰러질 위기에 놓여 있다" 고 말했다.

생산부품 전량을 대우차에 납품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군 대신기기공업은 이날 부품 생산을 중단했다.

경영기획팀 유석주 팀장은 "대우차가 최근 한달 동안 어음조차 제대로 끊어주지 않았지만 납품은 계속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며 "대우차 처리를 질질 끌다 이 지경이 된 것 아니냐" 고 정부와 채권단을 비난했다.

◇ 지역반응〓지난 5월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파문이 일면서 그동안 대우차팔아주기 등을 펼쳐온 대우차 살리기 운동본부 측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며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대우차 부평공장의 매출액은 2조9천여억원. 이는 인천지역 제조업 매출액의 18.4%, 고용의 11.3%, 수출의 20%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이다.

인천시는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대우차 협력업체에 2백50억원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전국부.산업부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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