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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집이야기] '토탈리콜' '제5원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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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기계가 지배하게 될 세상에 대한 공포가 상당하다. 따라서 미래영화에 나오는 집들도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각종 기계에도 불구하고 그리 행복하지 않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인간의 기억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에, 그래도 인간의 정신이 그런 과학기술을 이겨낸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영화 '토탈리콜' 에 등장하는 주택에는 평면형 벽면TV.화상전화 등 이미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는 기계들이 등장한다.

토탈리콜이 80년대에 만들어졌으니 꽤 앞선 상상이었던 셈이다. 이 영화속 벽면TV의 사용방법은 눈여겨 볼 만하다. 벽면TV를 창으로 활용하면서 창밖 전망을 마치 TV채널 바꾸듯 마음대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일상화하면 시들해질 수 있겠지만 기분에 따라 단풍이 화려한 설악산, 파도치는 동해바다를 바꿔가면서 창밖 전망을 즐길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또 더운 여름에 눈오는 숲속경치를 창밖에 가져다 둘 수 있다면….

한강변 아파트단지는 강이 보이는 집과 보이지 않는 집의 가격차이가 5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영화처럼 TV식 전망창(?)의 상용화가 가능하다면 전망에 따른 집값의 차이는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한편 '제5원소' 에 나오는 2200년대 브루스 윌리스가 사는 뉴욕의 아파트는 95층 초고층에 주차장도 아파트앞에서 직접 하늘로 차가 날아가는 우주선에 가까운 형태다. 모든 작동도 기계식이며 공간절약형이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장면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모습이다. 배같이 생긴 포장마차식 가게가 날아다니면서, 아파트 창을 열면 그 곳에 접속시켜 가게주인이 직접 서비스한다.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역시 사람은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싶어하리라는 우리 마음속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미래영화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미래도시와 주택들은 기계장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암울한 모습들이다.

인간이 미래에 대해 가진 불안감이 이런 영화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미래주택을 꽃과 나무, 포근한 의자, 따뜻한 햇볕으로 둘러싸인 전통적인 형태의 집으로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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