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블러드 앤 본' 출품한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국가적 정체성을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보편적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할 뿐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려고 방한한 재일동포 최양일(55.사진) 감독은 자신의 국적을 둘러싼 논란들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포 2세로 태어나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가 10년 전 한국 국적으로 바꾼 그는 "내가 어느편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대적 상황이 그렇게 돌아갔던 것이며, 내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3년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일본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11개 부문을 석권한 일본의 중견 감독으로 지난 8월부터 일본감독협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영화제에는 재일동포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은'블러드 앤 본'(피와 뼈)이라는 새 작품을 내놓았다.

일본에서 80만부가 팔린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의 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는 1920년대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사채업으로 돈을 제법 번 김준평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가족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폭력을 휘두르며 비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준다.

최 감독은 "내가 교포라서 교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오해다. 나는 시대나 역사적 배경에 상관없이 인간의 폭력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인공 김준평은 자신이 휘두르는 폭력이 비정상적인 것이라는 자각조차 없는 사람이다. 그는 그래서 폭력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삼는다. 나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폭력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열연한 일본의 인기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에 대해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70년대에 오시마 나기사 감독 밑에서 일할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고, 영화에서도 그런 특성이 주인공의 성격과 정확히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블러드 앤 본'은 다음달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글=이상언,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