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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특성화고 ⑤] 한국경마축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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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마실습을 위해 경축고 학생들이 자신의 말을 축사에서 꺼내고 있다.

한국경마축산고(www.horseman.hs.kr) 양길동 교장은 지난달 13일 일본 홋가이도 호스맨아카데미를 다녀왔다. 그는 4박5일 동안 홋가이도에 머물면서 일본 유일의 사립 마필관리 전문학교인 이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학생과 교사 상호교류를 정례화 하기로 합의하는등 다각적인 양교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 이미 그곳에서 한달 예정으로 연수중인 경마축산고(경축고) 나범주 선생님(말의 이해 과목 교사)과 5명의 한국학생들을 격려했다.

"일본은 학생이고 선생이고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지에서 연수중인 우리 학생들이 밤낮으로 마필공부를 하는 일본학생들을 따라가느라 체력이 딸린다고 말할 정도입니다.경축고가 국내에서 유일한 마필전문 고등학교이고 교육수준이 높지만 우리보다는 (일본은)말(馬) 관리 수업내용이 알차고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제 우리학교도 한국에 머물지 않고 일본, 더 나아가 유럽수준의 마필관리 전문학교가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양 교장의 생각은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수준의 말관리 전문학교 야망으로 가득차 있다.

▶ 경마축산고 전경

◇지나온 길=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에 위치한 경축고는 국내 유일의 마필관리 전문 특성화고교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최근에는 웰빙 바람까지 불면서 승마나 경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학교 인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24명 정원에 50명이 지원했고 올해는 벌써부터 입학문의가 끝이지 않는다.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올해 졸업할 학생 2ㅇ명중 16명 취업이 확정됐고 2명은 동일계 대학진학하고 나머지 2명은 한국마사회 기수교육원 입교가 확정됐다. 100% 진로가 결정된 셈이다.

양교장은 "1990년도 이후 10년여 동안 계속됐던 정원미달사태로 폐교직전에 몰렸던 시절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경축고는 1969년 운봉축산고로 개교,30여년동안 호남지역 축산관련 인재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가 빨라지면서 축산에 대한 관심은 시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차치하고 학부모들이 자녀 보내기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학교였다. 제 자식을 가축이나 키우며 살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00년을 전후해 학교는 존폐기로에 섰다. 이 때 몇몇 교사들이 일본의 축산고를 방문하게 됐는데 이것이 학교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

▶ 경마축산고 양길동 교장 선생님

오기홍 교사는 "당시 일본은 이미 축산고는 가고 애완동물이나 말 관련 학교로 변신한 후였습니다. 시대를 따라 학교가 변해 있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귀국후 곧바로 학교개편작업이 이뤄졌다.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승마에 관심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고 국내의 취약한 말 관련 산업을 생각하면 승산이 있다는 결론이었다. 동시에 학교주위에 위치한 60만평 규모의 국립 가축유전자원시험장과 축산연구소를 적극 활용하자는 의견도 참고했다. 2001년 특성화고로 지정받으면서 학교는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특히 특성화고 지정과 동시에 전북도와 한국마사회의 후원이 시작되면서 전교생 수업료와 기숙사비가 무료로 변했다.

여기에다 운봉예향회장학금, 사랑의 장학금등 10여종의 장학금이 풍부해 학생들이 돈을 벌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수업은 어떻게=철저히 실기와 현장 위주다. 여기에는 여학생(전교생 59명중 14명)들도 예외가 없다. 관련 규정상 영어,수학,사회,도덕등 일반과목을 배우지만 나머지 시간은 말과 함께 생활한다.

말의 이해 과목에서는 일반마학은 물론이고 해부생리나 혈통관리, 장제까지 마스터 한다. 승마와 사유기술, 말의 질명관리, 마술학,동물심리학등은 기본중 기본이다. 외국어 역시 경마영어와 경마일본어를 주로 배운다. 또 농업기계 과목에서는 말농장 농기계까지 섭렵한다. 산학연계교육은 경축고만의 자랑이자 특장이다. 1학년은 목장실무 실습을, 2학년은 원당목장과 말 생산자협회 목장에서 교과과목 실습을, 3학년은 조교사협회등 말 관련 현장에서 조교사나 장제사등 실습을 거친다.

여기에다 씨암말 관리 실습교육을 위해 한국내륙말 생산자협회 말목장과 경주마생산자협회 목장을 이용하고

승용마관리학습을 위해서는 대기업승마장을 수시로 이용한다. 이 밖에도 경주마관리실습교육은 경마장조교사협회로, 씨수말 관리교육은 한국마사회 원당종마목장으로 학생들을 보낸다.

또 학교부근에 9만여평 규모의 목장에선 매일 승마와 마필관리 실습이 이뤄진다. 현재 이 목장에는 영국산 경주마인 더러브렛과 승용마등 20여마리의 말들이 사육되고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유학(?)온 김세미양은 "고향부근 승마장에 갔다 말에 반해 경마고로 진학했다"며 "국내최고의 여자기수가 될 각오로 열심히 말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읍에서 온 김민성군은 "말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처음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라며 "학교 졸업후 호주등 말 관련 선진국으로 가 보다 수준높은 마필관리를 공부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쉬움점=남자 졸업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병역문제. 졸업후 한국마사회등에 기수나 마필관리 전문가로 취직하려해도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취업이 어렵다. 공무원이나 공사직원의 경우 병역을 마쳐야 하기 때문. 이와관련 양 교장은 "마필관련 산업도 국가차원의 장려가 필요한 만큼 마필전문가에게도 산업체공익근무혜택을 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또 말사육 목장이 원당과 제주등 단 두곳에 불과해 다양한 마필교육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의 목장건립도 필요하다는 게 학교측 요구다. 김 교장은 "급증하는 골프장과 비교할 때 목장이나 승마장은 그 숫자가 한계가 있는게 현실"이라며 "골프보다 적은 돈으로 웰빙을 할 수 있는 승마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정부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신입생 모집은 10월14일 부터 22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전형료는 4000원이고 전형방법은 중학교 내신성적과 면접점수를 각각 절반씩 반영한다. 시험은 11월1일 실시하며 합격자는 같은 달 2일 발표한다. 문의:063-634-0062

남원=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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