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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1월 수상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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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달의 심사평  든든한 형식, 묵직한 울림

21세기의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1월. 새해 첫 백일장답게 새로운 시선과 인물이 등장해 심사를 더 설레게 했다.

1월 장원은 ‘가죽나무의 詩’의 김성현씨가 차지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질긴 가죽나무에 시를 포개놓았다. 말이 시가 되는 시간을 안정감 있게 잘 갈무리하고 있다. 많은 더듬음 끝에 나오는 ‘안개’며 ‘참고 또 견딜수록 음각되는 빗살무늬’ 같은 감각이 1월처럼 신선하게 전해진다. 여기서의 시는 삶에 그대로 환치되는 데다 정격을 갖춘 형식 운용도 든든하다. 시적 에스프리에 대한 주문을 덧붙인다.

차상은 ‘채플린, 채플린’의 고은희씨다. ‘지하셋방’에서 ‘쓴 잔 든 이력서’를 보고 있는 화자의 실업 상태를 생생하게 그렸다. ‘방청객 알바’에 나선 순간 울면서 웃는 모습으로 희비를 절묘하게 그리던 채플린의 얼굴을 오버랩한다. 만성적인 청년 실업의 오늘을 포착하는 감각이나 현장을 선명하게 전하는 솜씨에 신뢰가 간다. 음보(첫째 수 중장)와 3장의 형식적 특성에 유의하면 좋은 개성을 열 것 같다.

차하는 ‘옥사, 그리고 밤눈’의 김동우씨다. 감옥 밖에 내리는 흰 눈을 통해 환기하는 것은 구원이다. 세상의 더러운 것을 덮는 눈이 그렇듯, 옥중의 화자에게는 시도 큰 구원일 듯하다. 절절한 체험의 육화로 진정성을 잘 살렸다. 늘어지는 음보와 정제 안 된 시어들을 조금 손봤으니 비교해보기 바란다. 홍선영·이선호·김경숙 씨의 작품도 끝까지 논의됐다. 다시 새로운 출발과 도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정수자·강현덕>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접수처는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백일장 담당자 앞(우편번호: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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