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P' 정국 여야 옥신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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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의 '여권실세 4인' 거명으로 충돌한 여야는 3일 관련 상임위(법사위)의 국감을 중단한 채 거친 공방전을 계속했다.

◇"총감독은 이회창"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李의원에 대한 민.형사 소송제기, 사퇴요구 등 모든 법적.정치적 제재수단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가 직접 "李의원 발언은 우리 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불안심리를 조장함으로써, 야당의 존립근거를 찾겠다는 의도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며 나섰다.

'이니셜 K' 의 한명으로 지목된 김옥두(金玉斗.영암 - 장흥)사무총장은 "가톨릭신자로서 하느님께 맹세한다" 면서 "나는 물론 함께 거명된 다른 세사람도 펀드가 뭔지, 주식이 뭔지 모르고 살아왔다" 고 다시 주장했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한 점이라도 증거가 나타난다면 의원직을 내놓겠다" 고 말했다.

법사위원인 배기선(裵基善.부천 원미을)의원은 "이번 사건의 총감독은 이회창 총재이고 기획 정형근, 연출 한나라당 3역, 무대배우 이주영" 이라고 흥분했다.

설훈(薛勳.서울 도봉을)의원은 "당 지도부가 이번에도 적당히 넘어가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이라고 했고, 정균환(鄭均桓.고창 - 부안)총무는 한나라당 규탄 결의문을 채택했다.

◇ "민주, 野땐 더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총재 주재로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사과요구를 '억지' 로 치부했다.

李총재는 "헌법기관인 의원이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본 사건에 대해 국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정당한 일" 이라고 말했다.

김기배(金杞培.서울 구로갑)사무총장은 "의혹이 집중 제기된 사람을 실명으로 밝힌 것은 의원의 중요한 직무" 라며 "민주당이 야당 때는 우리보다 더했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6백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정현준 사설펀드' 의 가.차명계좌 추적을 수사당국에 요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인다는 방침이다.

권철현(權哲賢.부산 사상)대변인은 "여권 정치인의 비서와 친인척이 가.차명 계좌로 펀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주장했다.

◇"목청 테스트 하느냐" 〓법사위원들은 예정된 대법원 국감을 팽개친 채 휴게실 등에서 옥신각신 다투다 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서울 노원갑)의원의 "국감을 하려면 李의원이 사과부터 해야 한다" 는 주장에 한나라당 최연희(崔鉛熙.동해 - 삼척)의원은 "사과할 게 없는데 무슨 소리냐" 고 받아쳤다.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자신 있으면 여기서 다시 해봐" (민주당 千正培.안산을), "목청 테스트하러 왔느냐" (한나라당 鄭寅鳳.서울 종로)는 고함도 난무했다.

이상일.최상연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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