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시 쓰는 교장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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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단이 주는 큰 상을 받은 적도 있지만 지금도 영시 쓰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경북 상주 낙운중학교 김연복(62) 교장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영시 작가다. 그는 최근 한국의 명시 500여편을 영문으로 번역한 공로로 올해 경북도 '문화상'을 받았다. 지난 8월엔 월간문학 동리상을 받았다.

김 교장은 1977년 '산소년'이란 첫 영시집을 낸 뒤 지금까지 '흙의 소리' '언덕 위의 집' 등 5권의 영시집을 출간했다.

그는 국내보다 국제 무대에서 더 알려져 있다. 86년 '하산한 산소년'이라는 작품으로 미국 '월트 휘트먼 시협상'을 받았고, 2002년엔 '물음과 대답, 길'이라는 시가 국제시인협회의 애송시로 선정돼 '올해의 시인'이란 영예를 얻었다. 또 2001년엔 야후의 세계 영시 공모전에서 그의 작품이 우수작 30편에 뽑혔다.

67년 뒤늦게 영어공부를 시작한 김 교장은 영어 단어를 잊지 않기 위해 영시 쓰기를 시작했다. 작품 속에 들어간 단어는 절대 잊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2년 계명대에 교환교수로 온 미국 롱아일랜드대의 댄 레빈 교수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영시를 쓰려면 외국에 체류하라"고 권하던 레빈 교수는 김 교장의 영어로 쓴 편지를 보곤 4년간 영시를 가르쳤다.

"영시 쓰기의 어려움은 시적 이미지에 맞는 용어를 고르는 일이지요. 지금도 매일 영어 성경을 읽고, 영어단어 10개를 사전을 찾아가며 다시 뜻을 새기고 있어요."

국제 펜클럽 회원이기도 한 김 교장은 내년에 정년 퇴임한다. 그는 요즘 가장 아끼는 제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평생 교훈이 될 영어 삼행시 50편을 짓고 있다.

대구=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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