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얀사막 남극을 찾아서](17)세종기지 대원들의 숙소환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은 세종기지의 새로 건립한 생활동 모습과 주황색의 옛날 숙소동>

세종기지에는 갓 지은 '칠성급 호텔'과 지은 지 20년이 지난 '여인숙'이 함께 운영된다. 칠성급 버즈 알 알랍 호텔에 비견되는 건물은 지난 2008년 대수선 사업으로 지어진 생활동이다. 여기에 비하면 1988년 지어진 숙소동은 장미여인숙에 비유할만하다.

필자를 비롯해 하계대원들이 머무르고 있는 숙소 1동과 2동은 사각의 콘테이너 막사처럼 생겼다. 지상에 콘크리트로 기초를 쌓은 뒤 땅에서 1미터 50센티미터 가량의 철골을 올린 뒤 이 위에 사각의 건물을 지었다. 일부러 건물을 지표면보다 높게 설치한 것은 이곳은 눈이 좀 내린다 싶으면 많게는 2~3미터까지 쌓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철망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한다. 미끄러운 눈이 계단에 쌓이지 않도록 계단에 철망을 설치했다. 자그마한 전실을 지나면 2명이 사용하는 방이 10개 가량 나뉘어져 있다. 넓이는 가로가 3미터 세로가 6미터 정도로 2인 1실이다. 작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연구동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하계 대원에게는 좁지 않다. 말 상대도 있어 1인실보다 좋다는 대원들도 있다.

숙소동의 애로 사항중 하나는 방음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사람이 복도를 다닐 때에도 소리가 울린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바닥 위에 나무 합판을 깔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잠잠할 때는 옆방에서 자는 대원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세종기지를 지을 때 ‘방음’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다. 또 지은 지 오래된 탓인지 약간 쾌쾌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그래서 환기는 필수다. 난방시설로는 개인용 전기히터를 사용한다. 물론 화재 방지 기능이 탑재돼 있다. 히터를 좀 세게 틀어 놓으면 따뜻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건조해진다. 물에 적신 수건이나 세탁물을 널지 않으면 목이 칼칼해진다.

숙소동에는 정수시설이 있긴 하지만 미지근한 물만 나온다. 커피를 타먹을 수도 없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은 갈증을 없애주지도 못한다. 차가운 물이나 찻물을 구하기 위해 생활동에서 가져와야 한다.

이에 비해 생활동은 버즈 알 아랍 호텔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2층 건물인 생활동에는 의료실을 비롯해 통신실, 휴게실, 식당, 도서관 등이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휴게실의 대형 TV를 통 한국에서 내보내는 방송을 볼 수도 있다. 인터넷 전화로 한국의 가족들이나 지인들과 통화를 할 수도 있다. 특히 생활동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어서 방음도 잘 된다. 2층 월동대원들의 숙소 복도에는 원목 바닥재가 깔려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난방도 잘 돼 있다. 발전기를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난방용으로 재활용한다.

숙소동은 야식을 먹기에도 편하다. 1층 식당 세종회관에 커피를 비롯해 각종 차와 라면, 과일 등이 놓여 있다. 비록 셀프 서비스이긴 하지만 무료다.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와 냉온수 정수기도 설치돼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1년을 머물러야 하는 생활동은 월동대원들의 몫이다. 기지를 유지하고 관리하느라 항상 몸이 피곤한 대원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다. 행동반경이 제약된 환경에서 살아야만 하는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에 대한 배려다.

박지환 자유기고가 jihwan_p@yahoo.co.kr

*박지환씨는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에서 기자를 했었으며,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박지환 기자의 과학 뉴스 따라잡기’를 연재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북극을 다녀와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를 출간했다. 조인스닷컴은 2010년 2월까지 박씨의 남극일기를 연재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