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회사 중견사원인 나홍찬(35)씨는 안전을 투자의 철칙으로 삼아 왔다. 지난해 10월 3년간 부어온 3천만원짜리 적금투자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식투자를 해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주위의 얘기는 들은 척도 안했다. 나씨는 이 은행, 저 은행을 다니며 최고의 안전상품을 골랐다.
결국 나씨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3천만원을 모두 집어넣었다. 2천만원은 세금우대, 1천만원은 일반 정기예금이었다.
월 75만원의 저축도 계속했다. 비과세 상품인 근로자 우대저축에 월 50만원씩, 월 25만원은 3년짜리 정기적금에 들었다.
반면 문구 도매업을 하는 김무선(33)씨는 재테크에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신문 기사는 꼭 오려놓고, 누군가 돈 되는 얘기를 하면 저절로 귀를 쫑긋 세우곤 했다.
나름대로 시장을 보는 감각이 생겼다고 생각한 김씨는 지난해 아파트 평수를 줄여 3천만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김씨가 보기에 아파트는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니었다. 그는 코스닥 붐에 편승해 주식투자에 눈을 돌렸다.
그러나 직접투자는 자신이 없었으므로 투신사의 스폿펀드에 3천만원을 투자했다. 스폿펀드는 목표한 수익률을 올리면 바로 투자 원리금을 찾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김씨는 이와 함께 장기적인 자금마련을 위해 부부 각각의 명의로 합계 월 75만원씩 3년짜리 정기예금도 가입했다.
김씨가 가입한 스폿펀드는 두달만에 목표수익률 15%를 달성했고 김씨는 4백만원의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김씨는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불어난 원리금 3천4백만원을 2천만원은 1년짜리 정기예금(세금우대)에, 1천4백만원은 다른 투자기회가 올 것을 대비해 6개월짜리 실세 정기예금에 집어넣었다.
6개월 뒤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하자 '주가와 환율은 반대로 움직인다' 는 재테크 격언을 떠올리고 만기가 된 1천4백만원을 찾아 외화예금(연 7.52%)에 가입했다.
당시 환율은 달러당 1천1백15원,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같은 돈을 투자했지만 1년 뒤인 2000년 10월 김씨는 나씨보다 4백40만원을 더 벌었다. 스폿펀드 운용수익과 환차익이 그같은 차이를 낸 것이다.
이같은 차이는 김씨가 나씨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재테크에 쏟아부은 것이 수치화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높여주는 투자법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김씨는 자신의 투자대상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다양하게 바꿔갔다. 말하자면 시장의 흐름을 탄 것이다. 또 장단기 병행투자 등 투자의 기본에도 충실했다.
장기투자의 이점을 살리면서도 투자금의 40% 가량을 단기로 운용,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씨와 나씨의 경우는 투자감각이 수익을 결정한 예다. 일반인들이 투자감각을 높이는 요령 세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부동산.주식이 최고' 란 식의 고정관념을 버려라. 투자수단은 경제상황에 따라 늘 변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주식시장에,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건설경기가 위축돼 주택부족이 예상되면 부동산투자를 고려할 때다.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가장 좋은 투자수단은 없다 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둘째, 평소에 정보를 축적하라. 돈은 수익이 높은 곳을 찾아 흘러 다니는 속성을 가졌다.
정보가 늦으면 남들이 주식에서 돈을 빼고 채권에 투자할 때 뒤늦게 주식투자에 나서는 우를 범하게 된다.
틈새상품이나 특판상품, 세금우대상품 정보 등을 몰라 투자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시장의 흐름 잡는 게 재테크 성공의 시작인 셈이다.
셋째, 각종 제도.정책변화를 보면 재테크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라. 금융소득종합과세.예금자부분보장.외환자유화 등 나와는 관계 없어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투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변화가 예상될 때 그 변수들을 죽 늘어놓고 투자방향을 잡는 게 요령이다.
정낙훈 팀장 <한미은행 프라이빗뱅킹>한미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