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 빼고 근육 강화” … 공기업, 지난해 수준 7000명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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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지난해말 UAE에 원전 수출을 성사시켰다. 계약이 추진되는 동안 한전은 본사 건물에 워룸을 만들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했다. [한전 제공]

정부 부처와 공기업 등 구직자에게 인기있는 일터는 지난해보다 문이 좁아졌다. 중앙부처 공무원 채용 규모는 지난해 3200명에서 올해 2514명으로 준다. 이마저 실제 수요보다 늘려잡은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과 정년 연장 등으로 신규 자리가 줄었지만 고용난을 감안해 지난해 실제 수요보다 많이 뽑았고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공기업은 원전 수출에 힘입어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공격적 채용에 나서고 있다. 대다수 공기업의 채용은 지난해 수준이거나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 등으로 신규 채용이 많이 늘기는 어렵다. 구체적 채용계획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올해 신규 채용은 지난해와 비슷한 7000명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한국감정원 등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채용 계획을 잡았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마사회·한국은행 등은 아직 채용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 코레일·신용보증기금·한국공항공사 등은 올해 신규 채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채용 여력이 있는 큰 곳은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에 선정된 공기업 네 곳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기업은행·한국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우 정원의 5% 범위 내에서 증원이 가능하다. 직위·직급 운용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정원의 10% 범위 내에서 증원이 가능해졌다. 가스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인력을 늘릴 수 있다. 특히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에는 별도 급여 체계를 운용할 수 있다. 지역난방공사 역시 설비 확충 관련 인력을 늘릴 수 있게 된다. 현재 가스공사는 100명을 채용하기로 했고, 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100명가량 늘린 300명을 상반기 중 뽑을 예정이다.

새로 출범한 정책금융공사가 경력지원 50명을 채용 중인 데 이어 하반기에 35명 안팎의 신규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이 없었던 기술보증기금과 코스콤은 1분기 중 30명과 10명가량의 신규 채용을 검토 중이다. 지방 공기업의 일자리도 지난해 수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 SH공사는 올 3월 초까지 신규 인력 32명과 인턴사원 20명 등 총 52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공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한마디로 바늘구멍 뚫기다. 공기업들이 선뜻 채용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인력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8년 12월 발표한 제4차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69개 공공기관은 2011~2012년 현 정원의 약 13%를 줄여야 한다. 자연감소분(정년퇴직자+자진 퇴사자)을 감안해도 목표치를 맞추려면 신규 채용은커녕 오히려 기존 직원을 명예퇴직시켜야 할 판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용난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있어 공기업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줄일 수 있는 조직은 줄여야겠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분야의 조직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인턴 자리는 그럭저럭 생길 듯하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은 올해도 청년 인턴을 채용할 전망이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행정인턴으로 올해 1만3360명을 뽑는다. 전문대학 이상 졸업자나 졸업 예정자로서, 최근 1년간 직장생활 경험이 6개월 미만인 29세 이하 구직자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공공기관들은 올해 인턴 약 8000명을 뽑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청년 인턴을 채용하되 상반기에 집중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보다는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 상반기에 인턴 자리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정부와 공공기관 인턴제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얘기다. 인턴 자리는 민간기업과 공기업들이 정규직으로 채용한 사례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인턴을 취업 돌파구로 삼는 구직자도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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