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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사막 남극을 찾아서](16)세종기지에 만들어진 농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세종기지에 자그마한 농장이 하나 만들어 졌다. '식물 플랜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온실을 이용한 식물재배 실험이 이뤄진다. 이 농장은 그러나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세종기지는 추운 날씨 때문에 주변에 나무가 없다. 당연히 녹색이나 연두색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기껏해야 지의류와 선태류, 남극잔디와 등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의 전부이다. 당연히 신선한 야채를 먹기 힘들다. 결국 기지 대원들에게 이 농장은 아삭 아삭한 채소를 주는 밭이요 그린필드인 셈이다.

콘테이너로 만들어진 식물 플랜트는 세종기지의 숙소동과 부품 보관동 사이에 설치돼 있다. 20피트짜리 콘테이너 2동이지만 실제 식물이 자라는 콘테이너는 한 동이다. 크기는 6평 가량 된다. 나머지 한 동은 식물 재배실을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실(前室)이다. 전실에는 재배실의 온도와 환기를 위한 장치가 설치돼 있다. 당초에는 재배실 밖에 자그마한 박스를 설치해 온도 및 환기 조절 장치를 보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겨울철 영하 수십도로 떨어지는 세종기지의 상황을 고려해 전실에 설치했다. 농장의 재배실은 식물이 자라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지금 재배실의 온도는 영상 24도 정도이며 습도는 70% 이상으로 가동된다.

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야채는 아주 귀한 존재다. 비타민 확보에 중요한 원천이기 때문. 이곳에서는 야채를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공급을 받는데 수송거리가 멀고(1300km) 비용이 비싸 보급이 자주 이뤄지지 않는다. 또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마저도 2~3개월 지나면 동이 난다.

농장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기지 대장 강성호 박사가 대장실에 소형 수경재배 장치를 설치해 놨었다. 가로 세로 30cm 정도의 크기에 불과해 수확할 수 있는 채소의 양이 아주 적다. 특히 잎을 먹는 상추나 배추 같은 이파리 채소는 키울 수 없었다. 필자가 기지에 들어온 후 강 대장이 키운 야채로 샐러드를 한 번 먹은 적이 있다.

세종기지의 농장에는 지금 유채, 무, 보리, 밀 등의 씨앗을 뿌렸다. 온도가 높아 씨앗은 뿌려진지 하루만에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식물농장’을 관리하는 대원은 “1주일 정도가 지나면 새싹을 샐러드로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추 씨앗과 같은 경우 1개월 이상 키우면 쌈으로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마 필자가 한국으로 귀국을 위해 기지를 떠나는 2월 중순 이전에 세종농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를 한번쯤은 먹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환 자유기고가 jihwan_p@yahoo.co.kr

*박지환씨는 헤럴드경제, 이데일리 등에서 기자를 했었으며,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박지환 기자의 과학 뉴스 따라잡기’를 연재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북극을 다녀와 '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를 출간했다. 조인스닷컴은 2010년 2월까지 박씨의 남극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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