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단축 단계적 수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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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정위원회는 어제 연간 근로시간을 2천시간 이내로 줄여 주5일 근무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법정근로시간은 현행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시간당 임금과 연월차 유급 휴가, 초과근로수당의 할증률 등 임금소득과 관련된 핵심 쟁점들은 노사정간에 타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시간 단축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실 노사가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소득의 유지 또는 감소일 것이다.

우선 근로자들은 경제위기설과 경기하강 및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진행으로 일자리마저 잃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소득이 줄어든다면 여가시간의 증대를 수용할 근로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임금소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사용자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엔 작업의 분할은 물론 생산성 증대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소득의 증가는 기업의 생산비용 증대와 이에 따른 국제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수침체와 신용경색으로 기업들의 사정은 상당히 어려워 임금상승은 만만찮은 타격을 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비록 '일자리 나누기' 나 '삶의 질 향상' 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기로 결심했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쟁점의 논의과정에서는 상반되는 논리와 입장을 충분히 듣고 그로 인한 경제.사회적 영향을 면밀하고 충분히 따지는 데 인색해선 안된다.

연내 합법화라는 시기에 묶일 게 아니라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른 수용자세다.

일본이 40시간 근로제 채택 후 11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했듯이, 우리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기업이 무너지면 노사가 공멸한다는 것과 법 개정을 통한 강제적 시행보다 단체협약과 관행을 통한 자연스런 정착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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