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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르빌] "이슬람 방식 맞추자" 휴일도 금요일로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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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부대원들이 8일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아르빌=연합]

7일 동이 트면서 보이기 시작한 자이툰 부대는 '사막의 하얀 섬'으로 드러났다. 6일 밤늦게 도착해 돔형 식당과 컨테이너 막사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대 내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관측소(OP). 차량을 타고 굽이굽이 돌아올라온 관측소에서 부대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아르빌시의 모습이 동남쪽을 따라 길게 휘어 뻗어 있다. 거리가 불과 8km밖에 되지 않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멀리 보일 정도다.

500여개에 달하는 하얀 색 컨테이너 막사 사이에는 장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숙소 앞 자갈 바닥을 고르거나 차량을 몰고 흙을 나르는 장병들이 이곳저곳에서 모래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관측소를 내려와 방문한 지휘통제실. 대형 상황스크린과 PDP 모니터 두 개가 상황실 분위기를 앞도했다. 상황스크린은 부대 내 모든 움직임과 정보를 올려놓고 회의할 수 있게 돼 있다. 왼쪽의 모니터는 차량 위치 정보를, 오른쪽의 모니터는 폐쇄회로(CCTV)로 본 부대 바깥 상황을 나타낸다. 중동의 수라야 위성전화와 GPS를 결합한 위치 추적 시스템은 부대 차량 60여대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표시한다.

점심시간 전에 방문한 군수지원단 보급부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둔시설을 이달 말까지 완료하기 위해 대규모로 물자를 구입하고 보급하는 업무 때문이다. 보급대 조성제 대위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물품을 현지업체에서 구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약 230만달러의 물자와 장비를 이곳 아르빌에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운송하고 하역하는 사람들도 현지인인 만큼 이곳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자이툰 부대의 보급정책이다." 따라서"현지인들도 미군과 달리 한국군의 지원방법은 실질적이라고 평가한다"고 조 대위는 말했다.

7일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내무반 방문이었다. 하얀 컨테이너 막사 안에 깔끔하게 정돈된 관물대와 침대는 웬만한 호텔만큼 아늑해보였다. 사병들의 검게 그을은 얼굴도 내무반 안에서만은 밝게 보였다. 일교차로 인한 감기, 물갈이로 인한 설사, 하루에 여섯 번씩 불어닥치던 회오리 바람 등에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지원'이었다고 사병들은 입을 모았다.

?자이툰 부대 휴일은 금요일=황의돈 사단장은 부대 내 휴무일을 일요일에서 금요일으로 변경한다고 7일 공식발표했다. 그는 "중동지역의 공휴일이 이슬람 합동예배가 있는 금요일인 만큼 현지의 생활패턴에 적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황 사단장은 김종환 합참의장과의 화상전화 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즉시 승인을 받았다.

"또한 이슬람으로 개종한 24명 부대원들의 신앙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자이툰 부대 내에는 이들의 예배를 인도할 정진수 이맘(예배인도자)도 함께 파견된 상태다. 한편 개신교 및 천주교 장병들은 일요일에 저녁예배나 미사를 올리게 된다.

한편 장병들의 종교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자이툰 부대는 교회.법당.성당 등을 모아놓은 종합종교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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