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금이탈 20조 정도" 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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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조원과 1백조원. 너무나 큰 차이다.

내년부터 예금부분보장제 시행을 앞두고 금융기관간 이동할 자금규모를 추정하는 정부와 민간의 시각차가 이 정도로 크다.

재정경제부는 23일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내년부터 예금 부분보장제 실시에 따라 15조~20조원의 예금이 비우량 금융기관에서 우량한 곳으로 옮겨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비우량 은행의 저축성 예금과 종금 및 신용금고의 예금 중 보호한도(한 금융기관에서 1인당 5천만원까지)를 초과하는 1백9조원 가운데 15% 안팎의 예금이 우량 금융기관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이같은 수치를 내놓았다.

나머지 예금은 대출 등 특수한 거래관계에 기초한 기업예금 등으로 별 움직임이 없을 것이며, 증권.보험.신협 등의 자금이동도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경제부는 "15조~20조원의 자금이탈 규모는 금융권 스스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한국은행도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금융권내 자금이동 규모를 21조5천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비우량 금융기관들의 총수신 중 28.9%가 우량 금융기관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산출한 수치다.

그러나 민간연구소 등이 보는 예금이동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이달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예금보장한도를 5천만원으로 확대하더라도 68조원의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심리적인 불안요인까지 겹쳐 예금자들이 보장한도에 관계없이 비우량 금융기관에서 예금 전액을 인출할 경우 자금이동 규모는 최대 1백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지역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있는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자금이 우량 금융기관으로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크며, 이 자금이 거액 예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금융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삼성연구소는 밝혔다.

지난 18일 LG투자증권도 비슷한 규모를 제시했다. 이동 가능한 자금규모가 최대 1백2조원에 달한다는 전망이었다.

이는 비우량 은행의 예금총액(1백62조3천억원선) 가운데 '이동가능성' 예금 82조5천억원, 종금.신용금고.신협의 이동예상 자금 19조6천억원을 합한 것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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