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앞 집회는 순수한 기도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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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시국은 해방 이후 최대위기"라고 말하는 길자연 회장.김춘식 기자

"지난 4일 서울 시청 앞 기도회를 보수진영의 데모로 보는 시선은 전혀 옳지 않다. 하나님을 위한 신앙차원의 구국기도회이며, 따라서 세상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산하에 1200만명 신자(자체 통계)가 있는 62개 보수 개신교단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길자연(63.왕성교회 당회장)회장은 단호했다. 최근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높여온 개신교 행보의 앞줄에 서온 그에게 교계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을 포괄적으로 물어봤다. 한기총은 고(故) 한경직 목사 주도로 1989년 발족한 개신교 협의체. 길 회장은 2003년 첫 취임 뒤 올해 초 연임됐다. 임기는 1년이다.

-지난 월요일 시청 앞 집회는 최근 집회 중 규모가 가장 컸다.

"그렇다. 2부 순서를 재향군인회가 주도한 탓에 일부에서 집회 성격을 오해하는 듯한데, 순수한 기도회일 뿐이다. 신.구세대, 보수.진보 갈등의 시선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날 기도회에서 길 회장은 현시국을 해방 이후 최대 위기로 규정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문제 등 참여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정치실험으로 규정한다. 북한이 여전한 상황이 아닌가?"(그는 성경을 인용해 지금을 "이민족 블레셋의 침공을 받은 풍전등화의 이스라엘과 같다"고 표현했다.)

-한기총은 지난 2일 KBS가 방영한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기독교 탄압으로 규정했다. 과잉반응은 아닐까.

"한국교회는 자랑스럽지만 일부 부끄러운 점도 있음을 인정한다. 해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비판을 달게 받을 준비도 돼있다. 단 신앙 고유의 윤리를 외면하고 세상 잣대로 칼질하는 것은 안 된다. 타 종교는 내버려두고 개신교만 들먹이는 것도 유감이다."

-일부 대형교회에서 보이는 부정적 모습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살아있는 교회, 특출한 힘을 가진 교회는 부흥하게 돼있다. 사도신경을 보면 처음 신자 120명이 금세 3000명으로 늘어난다. 즉 하나님은 부흥을 기뻐하신다. 큰 교회는 무조건 안 된다는 인식부터 잘못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논란 많았던 목사 세습 등은 어떻게 봐야 할까.

"사업가 아들이 사업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 또 우리의 표준은 성경인데, 구약시대 때부터 이스라엘 12지파 중 제사를 전담하는 레위 지파가 있었다. 물론 세습 자체만 목적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평안도 출신인 길 회장은 나이 10세 때 부모 손에 이끌려 월남한 기독교 가정 출신. 중키에 동근 얼굴의 그는 몇몇 질문에 대해서는 신앙 고백으로 답변을 대신해 아쉬움을 줬다.

조우석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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