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저우허양-이창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白 120으로 역포위…사지에 빠진 李9단

제5보 (103~124)〓백◎들은 흑의 품안에 갇힌 듯 보였지만 백△의 절단이 떨어지는 순간 뱃속의 살모사처럼 위협적인 돌로 변했다.

103 몰고 105 이어 외곽의 수를 늘린다. 106에 막았을 때 '가' 로 움직이는 것은 아래쪽에 흑의 약한 돌이 있기 때문에 기리(棋理)에 어긋난다.

그래서 李9단은 107, 109로 백의 연결을 차단하며 바로 해결을 보려했는데 이것이 바둑의 수명을 더욱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110 먹여치고 112로 단수친 수가 비수처럼 날카로운 수순. 흑은 이을 수는 없다.

'나' 로 틀어막히며 바로 단패가 되니까. 그래서 113에 때려 수를 조이려 했으나 114로 패를 쓰며 버텨오자 결국 117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퇴로를 확보한 저우허양은 118로 차단한 다음 곧장 120으로 역포위. 李9단은 이렇게 해서 완벽한 사지에 빠지고 말았다. 113쪽의 패가 발목을 잡고 늘어져 끝내 천하장사 이창호를 사지로 몰아넣고 만 것이다.

121 때렸을 때 122로 한집 낸 다음 124에 이은 수순이 좋았다. 따라서 121은 122에 두는 것이 약간 나았지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이미 대세는 크게 기울어 있었다.

124에서 李9단은 돌을 던졌다. '참고도' 에서 패를 이으면 바로 유가무가(有家無家)에 걸리니 흑은 1에 둘 수밖에 없는데 백2 때리면 다음이 없다(116〓□, 119〓113, 121〓107).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