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화체제 본질문제 논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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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국무장관이 오늘 평양에 도착했다. 6.13 남북 해빙의 물결이 마침내 북.미 관계에까지 파급돼 가는 상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이번 방문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준비 작업의 일환임을 미국측도 분명히 하고 있어 북.미간의 현안들이 어떻게 타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가장 관심을 쏟는 부분은 핵무기와 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 살상무기의 개발 중단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다.

북측은 그동안 그 대가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북한이 진정코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일원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성의있고 '통 큰 해결책' 을 내놔야 한다.

이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테러지원국' 이라는 오명만 벗겨주면 미국과 당장에라도 수교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테러지원국에 대한 경제제재가 북한의 개방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북측이 몇가지 선행조치를 취하지 못할 게 없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미 관계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한반도 문제 논의의 '정상화' 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기본적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 비료.식량 지원 등이 인도적 문제의 해결이나 경제교류의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이런 긍정적 분위기를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협정 논의로 이어가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특히 6.13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및 진행과정에서 한.미간에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는 등 시각 차이와 상호 불신이 다소 있었던 점은 유감이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데 주도권 다툼 같은 게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로 인해 북한측의 이중전략에 말려드는 꼴을 보여서도 안될 것이다.

미국측도 클린턴 정부의 임기 마지막 이벤트로 대북 문제를 접근하기보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큰 전략적 틀을 짜는 자세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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