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 무조건 한쪽에 몰아줬다간 손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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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연말정산 시즌이다. 근로소득이 있는 근로자라면 ‘13월의 보너스’를 챙길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매년 하는 거라 요령이 생길 법도 한데 쉽지 않다. 연말정산을 둘러싼 ‘잘못된 상식’도 어려움을 더한다.

대표적 사례가 맞벌이 부부의 연말정산이다. 소득이 높은 쪽으로 소득공제를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연봉이 남편은 4000만원, 부인은 3500만원인 부부가 있다. 남편이 자녀(2명)와 부모(2명)에 대한 기본공제를 모두 신청한다고 해 보자. 이렇게 되면 4명의 부양가족에 대한 교육비·의료비·신용카드 사용액 등도 모두 남편 쪽으로 받게 된다.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남편의 과세표준 금액은 제로(0)가 된다. 그러나 부인은 별로 공제할 게 없어 세율이 1200만~4600만원 구간에 머물게 된다. 이 구간의 세율은 16%다. 부부가 골고루 나눴으면 남편과 아내 모두 과세표준액을 12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여기는 세율이 6%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비슷한 사례를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소득공제를 ‘몰아주기’할 때보다 최고 70만여원까지 세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부 가운데 한쪽이 월등히 많이 버는 경우엔 몰아주기가 낫다. 남편이 연간 8000만원, 부인이 3000만원을 번다면 남편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몰아 줘야 남편의 과세표준액을 4600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그래야 세율이 25%에서 16%로 낮아진다. 납세자연맹 서여정 팀장은 “부부의 과세표준액을 비슷하게 맞추는 방향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게 좋다”며 “부부 연봉이 비슷할 때는 나눠서, 한쪽이 많은 경우엔 많은 쪽에 혜택을 몰아 줘라”고 조언했다.

어떻게 전략을 세우고 얼마나 꼼꼼히 챙기느냐에 따라 ‘13월의 보너스’ 금액이 달라진다. 연말정산 준비 서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하는 ‘초급’부터, 무엇을 챙겨야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을지 하는 ‘고급’까지 중앙SUNDAY가 정리했다.

국세청을 조수로 부려라
연말정산에 필요한 기본 서류는 크게 네 가지다. 소득공제신고서, 의료비지급명세서, 기부금명세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신청서 등이다. 이 중 소득공제신고서를 제외한 나머지 3개는 사실 국세청이 아니라 원천징수 대상자인 회사에 제출하는 서류다. 회사별로 연말정산 절차를 전산화해 이 3개 서류를 따로 받지 않는 곳도 많다.

신경 써서 챙겨야 할 것은 소득공제신고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를 증명해 주는 ‘증빙 서류’다. 과거 신용카드사·보험사·은행·병원 등에서 일일이 발급받았던 소득공제 영수증을 말한다. 최근에는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를 활용해 한 번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류를 뗄 수 있다.

이 서비스에서는 보험료·의료비·교육비·주택자금·신용카드 등과 관련된 증빙서류를 제공한다.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단, 부양가족 주민번호로 발급된 공인인증서나 부양가족 명의의 휴대전화를 통해 ‘자료 제공에 대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각 항목을 조회해 실제 사용한 금액과 조회한 금액이 일치하면 이를 출력해 사용하면 된다. 만약 다르다면 부족한 부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발급기관에서 일일이 구해야 한다. 과거 보안 유지를 위해 공유 프린터로는 출력이 안 됐으나 불편하다는 항의가 거세 올해부터는 공유 프린터로도 인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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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 사람, 뺄 사람 제대로 가려라
소득공제신고서의 빈칸을 채울 때 가장 주의할 곳이 ‘인적공제’ 항목이다. 가장 까다롭고 복잡하다.

일단 부양가족이라고 다 공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매달 100만원씩 받고 할인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인이 있다면 부양가족 1인당 받을 수 있는 기본공제(150만원)를 받지 못한다. 기본공제를 받으려면 ‘근로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근로소득금액이란 총급여(연봉-비과세 소득)에서 소득을 올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을 뺀 액수다. 연봉이 1200만원이라도 들어간 비용을 빼야 정확한 소득금액이 나온다. 이때 개인마다 들어간 비용을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세청은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비용을 400만원이라고 일괄적으로 정한다. 따라서 근로소득금액이 100만원 이하로 인정받으려면 연봉이 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이 부양가족 공제를 잘못 신청해 ‘부당소득공제’로 처리돼 국세청으로부터 소득세를 추징당하고 있다.

장인·장모 및 시부모, 형제자매나 처남·처제·시동생 등도 부양가족으로 등록해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형제자매·처남·처제·시동생은 함께 살아야만 공제가 된다. 주민등록상 주소가 같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나이는 20세 이하여야 한다. 다만 이들과 같이 산다면 이들이 쓴 신용카드 금액이나 대학등록금 등 교육비·의료비 등은 나이에 상관없이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 영수증 직접 챙기는 게 좋아
꼼꼼히 챙겨야 할 것이 의료비다. 의료비 공제는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다. 맞벌이 부인의 의료비도 남편이 공제받을 수 있다. 안경(콘택트렌즈 포함) 구입비도 1인당 50만원 이내에서 공제된다. 지난해 말까지 쓴 미용·성형 수술 비용과 한약 구입 비용도 의료비 공제 대상이다.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에서 의료비 지출 항목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소화 서비스에 표시가 되려면 병원·약국 등 의료기관이 국세청에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강제 사항이 아닌 협조사항이라 소규모 병원·약국은 이런 작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다. 동네 치과에서 임플란트 비용으로 500만원을 썼는데도 간소화 서비스에는 의료비 항목에 0으로 표시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따라서 간소화 서비스만 믿지 말고 알아서 챙겨야 한다. 진료·처방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비(약제비) 납입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료비가 총급여의 3%를 넘지 않는다면 굳이 애쓸 필요 없다. 의료비 전액에서 총급여의 3%를 뺀 금액에 대해서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1년 총급여가 5000만원인 사람이 본인 의료비로 100만원, 배우자 의료비로 50만원을 썼다면 의료비 공제 금액은 0원이 된다. 총급여의 3%인 150만원을 빼고 나면 공제받을 수 있는 돈이 한 푼도 안 남기 때문이다. 미리 전체 의료비와 자신의 총급여를 계산해 본 뒤 소득공제 금액이 0이거나 마이너스가 나온다면 의료비 공제에 대해선 신경을 꺼도 된다.

교육비도 잘 따져봐야 한다. 교육비는 취학 전 자녀의 경우 유치원 및 영·유아 보육시설비는 물론 학원비(태권도·수영·검도 등 체육 포함, 월 단위로 실시하고 주 1회 이상 교습)도 공제 대상이다. 중·고교생과 대학생은 입학금, 수업료, 방과후학교 수업료(교재비는 공제 불가), 학교급식비, 교과서 구입비 등이 공제 대상이다. 50만원 이내의 교복 구입비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본인은 되지만 배우자·자녀 등의 대학원 교육비는 소득공제가 안 된다.

교육비와 의료비를 카드로 결제했다면 신용카드 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공제는 총급여의 20%를 초과한 신용카드 사용액 중 20%를 공제받는다. 예컨대 총급여가 5000만원이고, 신용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이라면 1000만원(2000만원-5000만원*20%)의 20%인 200만원을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받을 수 있는 최고 소득공제 금액은 500만원이나 총급여의 20% 중 작은 쪽이다.

주택자금과 관련해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주택마련저축이 있다. 계약기간이 7년 이상인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과 매달 10만원 이하로 돈을 넣고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 등이 해당된다. 연간 넣은 돈의 40%를 공제해 준다.

전·월세 보증금의 대출액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빌리는 집의 전용면적은 85㎡ 이하(수도권 기준)여야 한다. 또 이사한 날(임대차 계약법상 입주일과 주민등록등본상 전입일 중 빠른 날)을 전후해서 3개월 이내에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이어야 한다. 친지들에게 빌린 돈은 해당이 안 되며 금융회사가 집주인의 계좌로 직접 입금한 돈만 공제받을 수 있다. 주택마련저축에도 가입하고 있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왕현정 세무사는 “요건이 까다로워 신혼부부 등을 제외하면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보증금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40%를 소득공제 해 주는데, 주택마련저축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과 합쳐 최고 한도가 300만원이다.

그리고 내집 마련을 위해 빌린 돈도 소득공제된다. 단 집을 살 때 기준으로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이면서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집을 산 사람이 세대주여야 하며 주택 소유권 이전등기일이나 보존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 빌린 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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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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