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한방병원서 전시회 여는 김재선 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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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지산갤러리’서 18일부터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재선 화백.

대전대 천안한방병원(천안시 두정동) 2층 지산갤러리에서 색다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재선(62) 화백의 초대전 ‘선긋기 놀이’다. 전시회에선 김 화백이 그린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열 번의 개인전과 200여 차례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한 지역 원로작가다. 40년이 넘도록 추상화를 그렸고 그 중에서도 15년은 선 긋기에만 매달렸다. 전시회는 갤러리 개관 기념으로 지난 18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열린다. 김 화백을 만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Q 작품전 이름이 ‘선긋기 놀이’다.

“선긋기 놀이는 ‘그림을 왜 그릴까?’하는 원초적 질문에서 시작됐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난 계속 그림을 그려온 것 같다. 결국 내린 결론은 ‘그림을 그리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 긋기를 통해 나와 행위가 하나 되는 과정, ‘무위’를 표현하고 싶었다. 즉, 선과 나 자신이 하나 되어 놀았다. 그래서 선 긋기 놀이다. 노는 거니까 아주 재미있다. 사람들도 내 작품을 ‘놀이’로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

Q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그릴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한다. 가로로도 그려보고 세로로도 그려보고 몇 번씩 덧칠해보기도 하고 너무 꾸미는 것 같아 다시 지우고. 이런 과정들의 반복이다. 내 작품을 보고 ‘저걸 그리면서 얼마나 재미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작품을 제대로 읽은 게 맞다.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간단하다. 작품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를 이해하면 된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면 되는 거다.”

Q 작품에 서명이 없는 게 특이하다.

“내 작품은 상품이 아니다. 이렇게 선 긋기를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에 어딜 내놔도 내 작품이란 걸 안다. 모작이 나올 수가 없다. 설사 누가 똑같이 따라 그린다고 해도 필력이 다르다. 몇 십년을 그은 선인데 다른 사람이 비슷하게 긋는다고 해서 같은 선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또 실컷 선 그으며 놀아놓고 서명해서 완결 짓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 작품은 하나의 완결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는 과정이고 놀이의 흔적이다.”

Q 지산갤러리의 첫 초대작가다.

“갤러리의 첫 시작을 맡을 수 있어 영광이다. 환자들이 내 그림을 보고 재미있어 하고 드나드는 사람도 즐겁게 구경하고 얼마나 좋은가? 병원이 더 이상 삭막하지 않다는 것,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 생각한다. 이번 초대전이 끝나면 전시됐던 작품 중 하나를 병원에 놓고 갈 예정이다. 병실에 걸어놓아도 좋고 로비에 전시해 놓아도 좋다. 갤러리 공간을 제공받은 답례로 하는 선물이다. 거래가 아닌 나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글·사진=고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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