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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규칙을 어겼어요” 양심 챔프 된 골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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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룰 위반을 정직하게 고백한 용기가 ‘보답과 명예’로 돌아왔다. 스코어 카드 오기(誤記)를 고백해 우승컵을 반납한 미국의 한 골프 선수가 ‘지난 10년간 최고 스포츠맨십상’을 받게 됐다. 애덤 반 하우텐(미국·조지 메이슨대 골프팀)은 25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지가 선정한 이 상의 수상자가 됐다. 골프에서 양심을 지키는 일은 우승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사례다. ‘골프는 명예다’는 명제를 깨닫게 해 준 사례들을 소개한다.

◆5년 만에 ‘최고 스포츠맨십상’ 받아=반 하우텐의 룰 위반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마운트 길리어드 고교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05년 주(州) 고교 골프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그는 2위에 7타 앞선 1위로 경기를 끝마쳤다. 그런데 그는 10번 홀 타수가 6타가 아니라 5타로 한 타 적게 잘못 적힌 것을 발견하고는 주최 측에 ‘스코어 오기’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미 잘못 적힌 스코어 카드에 사인한 뒤라 실격 처리됐다. 우승컵도 날아갔다. 하지만 그는 그로부터 5년 만에 SI가 선정한 ‘최고 스포츠맨십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양심이 되찾아 준 PGA투어 카드=올해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J P 헤이스(45·미국)의 ‘양심고백’도 골퍼들의 귀감 사례다. 1992년 PGA투어에 데뷔해 2승을 기록했던 헤이스는 2008년 성적(상금랭킹 165위)이 신통치 않아 퀄리파잉토너먼트(Q스쿨)에 응시했다. 문제가 된 것은 Q스쿨 도중 헤이스가 썼던 볼이 미국골프협회(USGA)가 규정한 ‘플레이 적격 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자신만 아는 사실이었지만 경기위원에게 “비공인구를 썼다”고 고백했다. 실격을 당한 그는 1년 동안 투어 카드가 없어 2부 투어 등을 전전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헤이스는 지난해 12월 또다시 ‘108홀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Q스쿨(통산 일곱 번째)에 도전했고, 당당히 공동 8위로 2010년 투어 카드를 받았다.

◆스스로 1벌타 받고도 우승한 파머=2008년 PGA투어 긴시메르클래식 최종 4라운드 때의 일이다. 2타 차 선두를 달리던 라이언 파머(34·미국)는 10번 홀 그린에서 경기위원을 애타게 찾았다. 이유는 ‘어드레스를 취한 뒤 볼이 살짝 움직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볼은 파머 자신만이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파머는 경기위원에게 이를 신고했고 1벌타를 받았다.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면서 흔들린 파머는 11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해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코스의 여신(女神)이 감동한 것일까. 그는 17번 홀에서 6명의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했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3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했다. 2년짜리 투어 카드도 손에 넣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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