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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만들기] 7. 목돈은 장기로 굴려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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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는 돈을 단기로 굴리다가 최고로 높아졌을 때 장기로 바꿔 타라' . 이 얘기는 외환위기 이후 신종 투자 격언처럼 유행했다.

당초 연 9~10%에 불과했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말부터 98년 상반기 사이엔 연 15~20%를 오르락 내리락했으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요즘도 금리가 낮은데다 금융시장마저 불안해 단기금융 상품에 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금리 상승' 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는 좀체 급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는데다 정작 고금리 금융상품으로 말을 갈아타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는 한 대부분 손해나기 십상이어서 좋은 투자전략으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입사동기인 김성한(47.경기도 성남시 분당)씨와 이창환(48.경기도 고양시)씨는 99년 7월 동시에 명예퇴직했다.

두 사람은 8천만원의 퇴직금을 안전한 은행예금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투자방법에는 의견이 서로 달랐다.

金씨는 금리가 오를 때까지 기다린 후 장기투자에 나서겠다며 3개월짜리 단기예금에 8천만원을 모두 집어넣었다.

반면 李씨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다며 장기상품인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했다.

본인과 부인 이름으로 세금우대정기예금에 2천만원씩 4천만원을, 나머지 4천만원은 일반 정기예금에 들었던 것. 당시 정기예금 금리는 3개월짜리가 연 6.7%, 1년짜리는 연 7.8%였다.

9월이 되자 金씨의 예측이 맞는 듯했다.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연 8%대이던 3년짜리 회사채 수익률이 1년여 만에 10%대로 뛰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은행 금리는 꿈쩍도 않았다. 金씨는 3개월짜리 예금만기일인 11월 초 다시 3개월짜리(연 6.7%) 단기예금에 가입했다.

대우사태로 경제가 다시 취약해졌고 연말.연초에는 기업의 자금수요가 많아져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金씨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 예측은 또 빗나갔다.

金씨는 올 2월과 5월에도 이러저러한 이유(현대그룹과 새한그룹의 자금난)를 들어가며 고집스럽게 단기로 자금을 굴렸으나 예금 재유치를 위해 지점장이 얹어주는 0.1~0.2%의 추가 금리(연 6.8%)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8월 초 두 사람의 1년 투자 결산결과, 3개월 단위 단기로 돈을 굴린 金씨는 4백25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반면 李씨는 5백21만원의 이자를 챙겼다. 신경 안쓰고 장기투자를 택한 李씨가 1백만원 가량 더 수익을 올린 것이다.

투자기간을 얼마로 하느냐는 결정은 재테크의 기본이다. 그러나 자금시장이 불안하다고 무조건 단기상품에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다음은 장.단기 선택의 기본요령 네가지.

첫째,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장기투자를 택하라. 금리는 기본적으로 '장기가 높고 단기가 낮은, 장고단저(長高短低)' 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1개월짜리가 연 5.4%, 3개월 연 6.7%, 6개월 연 7.3%지만 1년짜리는 연 7.8% 안팎이다.

둘째, 3개월 또는 6개월 이내에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90% 이상 되지 않는 한 장기로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3개월.6개월 단기예금이라면 각각 같은 기간 내 최소 0.5%포인트,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올라야 장기투자보다 수익률이 높게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셋째, 1년 이상 굴려야 세금우대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 7.8%의 세금우대 정기예금(세율 11%)은 연 8.9%의 일반 정기예금(세율 22%)에 가입한 것과 같다.

넷째, 단기로 굴리더라도 단기세금우대 상품을 활용하라. 농.수.축협의 단위조합이나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에서 판매하는 정기예탁금은 1인당 2천만원까지 1개월 이상만 가입을 해도 세금혜택을 받는다.

상담=서춘수 과장 <조흥은행 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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