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잔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17일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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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 출판인의 말을 빌면 국내 번역서 저작권 계약의 60%가량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번역서 비중이 높은 국내 출판시장을 감안할 때 단 1주일 동안의 도서전이 출판사 한 해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매년 1백여개 국가의 6천여개 출판사가 독립부스를 만들고 30만명에 가까운 참관인이 찾는 걸 보면 이런 사정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정은 과히 다르지 않은 것같다.

역사나 규모.질적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대의 책잔치' 란 수식어가 조금도 모자라지 않은 제52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7일 오후 5시(현지시각) 개막식을 시작으로 18~23일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올해 도서전에는 1백6개국에서 6천7백91개 출판사가 참가한다. 국내에선 15개 출판사가 한국관을 독립부스로 차리고 1천3백여종의 책을 내놓는다.

한 국가의 문학과 문화 전반을 집중조명하는 '올해의 주제국가' 행사 등 올 도서전의 큰 틀은 예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전자미디어의 위상을 반영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전자책 부문에 많은 할애를 하는 점이 눈에 띤다.

로렌조 루돌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원장은 " '새로운 책.상점.일(New Books-New Shops-New Jobs)' 이라고 이름붙여진 전자매체 섹션에 참가하는 출판사수는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도서전 모든 섹션에 전자출판물이 포함돼 있다" 고 말해 어느 해보다 풍성한 전자출판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전자매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e북 어워드' 까지 신설했다. e-북 형태로 출간한 문학작품.기술적 진보 등 모두 6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가려 도서전 기간인 20일 시상한다. 또 지난해에 이어 10개의 최우수 인터넷 사이트 선정도 계속 한다.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올해의 주제국가' 로 선정된 폴란드.

1980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폴란드 출신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와 바르토제프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 나란히 개막식에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도서전 기간중 1천여개의 폴란드 관련행사가 준비돼 있다.

이를 위해 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또 다른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등 70여명의 폴란드 작가들이 올해 프랑크푸르트를 찾는다.

이밖에도 전시장 내 인터내셔널 센터에서는 매일 세계 각국에서 온 작가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주로 브라질과 러시아.터키에 주목해 이들 지역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하는 '문학 점심' 프로그램이 있다.

이 모든 다양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전세계 출판인들과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최대 목적은 루돌프 조직위원장 말처럼 "전세계 출판산업의 모든 정보와 혁신,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전세계 도서전의 모범이 되는 것" 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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