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콜금리 안내리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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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리를 더 낮추라는 시장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선 금리가 반등하고 주가도 소폭 떨어졌으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다.

한은은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콜금리 목표치를 현재의 연 3.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콜금리 목표치는 지난 8월 3.75%에서 3.5%로 인하된 뒤 두 달 연속 제자리걸음을 했다.

박승 한은총재는 "경기의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오름세를 보이는 생산자물가와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물가 안정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며 "금리 인하가 투자나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채권.주식시장만 과열시키고 있어 콜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은의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시장에선 금리가 일제히 반등했다. 콜금리는 0.01%포인트 오른 3.47%로 거래를 마감했고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도 3.63%로 전날보다 0.17%포인트 올랐다. 주가는 오전 한때 큰 폭 하락했으나 장 후반에 다시 반등해 종합주가지수가 2.12포인트 내린 885.33, 코스닥지수는 1.81포인트 내린 370.52로 마감됐다.

문소영 기자

***금리로 경기 살리기 역부족 인정

정부 "한은이 너무 소극적" 불만

한은의 콜금리 동결은 금리를 더 낮춰봐야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시중 금리 하락세는 기업 투자나 민간 소비를 부추기기보다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투기만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한은이 콜금리를 더 낮추기 위해 돈을 풀면 금융시장의 투기 불씨에 기름만 끼얹는 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콜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 자칫 경기는 살리지 못하면서 물가 불안과 부동산 투기 바람만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이미 국내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추면 국내 자금이 높은 금리를 좇아 대거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한은의 콜금리 동결에 불만이다. 물가 불안의 우려가 있긴 하지만 지금은 경기를 살리는 게 더 급한데 한은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가 더 가라앉을 경우 한은에 대한 압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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