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발표 청와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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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3일 오후 6시 청와대 내 대통령 관저 거실. TV를 지켜보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金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렇지만 지난 40년간 민주주의를 위해 걸어온 온갖 고난에 대한 상념이 머리 속을 스쳤다.

金대통령은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을 불렀다. 자신의 소회(所懷)를 구술했다. 첫마디는 "다시 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오직 감사할 뿐이다. 이 영광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리고자 한다-. "

그 마무리는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를 위해, 그리고 아시아와 세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고자 한다" 였다.

바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로부터 축하전화가 왔다. 6시30분에는 이한동(李漢東)총리가 관저로 찾아와 축하인사를 했다.

비서실 건물쪽은 환호가 계속됐다. TV에서 '김대중' 이란 이름이 나오자 비서관들은 박수를 쳤다.

朴대변인은 "수상과 관련한 사전통보는 전혀 없었다" 고 말했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실에서 TV를 함께 지켜보던 수석비서관들과 안주섭(安周燮)경호실장도 관저로 올라왔다.

축하인사를 받은 뒤에도 金대통령은 국정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먼저 최규학(崔圭鶴)복지노동수석에게 "의.정간 대화가 어떻게 됐느냐" 고 묻고,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에게도 "고유가 등 경제외적 요인으로부터 얼마나 회복됐느냐" "주식시장 전망은 어떠냐" 고 질문을 던졌다.

"노벨상 수상에 들뜨지 말고 국정을 챙기라는 주문" 이라고 수석들은 받아들였다. 저녁엔 아들인 민주당 김홍일(金弘一)의원과 홍업(弘業)씨 부부, 손녀 등 가족들이 청와대를 방문해 축하인사를 하고 함께 식사를 했다.

외교안보수석실에는 해외에서 축전이 잇따라 들어왔다. 韓실장은 "민주화와 인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해온 金대통령의 영광임은 물론 우리 국민과 나라, 민족에 내린 축복"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청와대로 들어오기 전까지 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관계를 챙겨온 남궁진(南宮鎭)정무수석은 감회어린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게 됐다" 고 말했다.

또 "국가 이미지가 제고돼 대한민국의 상표값이 올라갈 것" 이라고 기대했다.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는 "20일 2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만찬이 노벨평화상 축하자리가 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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