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철로비 축소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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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통령 친동생의 보좌관, 현직장관의 조카사위 등이 낀 포철상대 거액 사기사건은 검찰이 '단순 사기사건' 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몇 가지 점에서 의문이 남는다.

검찰은 "대통령의 친인척 주변 인사들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없이 돈을 요구해 받은 것으로 포철 劉상부 회장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실패한 로비" 라고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하지만 주범격인 文창일씨가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포철 회장을 만나 청탁할 수 있었는지, 이 과정에 동행했던 대통령 조카는 과연 아무런 역할이 없었는지 등 의문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아 단순 호가호위(狐假虎威)형 사건인지 의문이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5월 포철 납품업체인 세진산업 대표 具용회씨가 납품단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9억원을 부당하게 챙긴 사실을 밝혀낸 포철측이 具씨와 납품계약을 해지하고 경찰에 고소해 시작됐다.

具씨는 이때부터 재계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고 이때 연결된 사람이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김성권씨와 문씨 등 검찰에 구속된 브로커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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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직원들이 벌인 일로 나는 전혀 모르는 일" 이라며 고소사실을 부인한 具씨에 대해 무혐의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具씨가 文씨에게 재계약 성사를 조건으로 돈을 건넨 사실과 文씨가 포철 劉회장을 방문하면서 모항공사 광고담당 차장인 대통령 조카가 동행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그러나 대통령의 조카를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文씨의 진술에만 의존, "조카는 文씨의 권유로 우연히 따라 갔을 뿐, 금품이 건너간 증거도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 고만 밝히고 있다.

대통령의 조카가 청탁하는 자리에 동석했다는 것은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간접압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축소수사 비난을 면키 어렵다.

검찰은 또 "文씨가 무작정 劉회장을 찾아가 만났다" 고 설명한다. 그러나 대기업 회장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설득력이 약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대통령 조카를 대면한 劉회장도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애초에 대통령 조카에 대해서는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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