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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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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바람이 벌써부터 찬 내음을 풍깁니다.

서늘해진 목덜미를 움츠리며 걷노라니 모락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차 한잔이 그리워지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전자에 찻물부터 올렸습니다. 마주하고 앉을 당신을 떠올리며 내놓을 차를 고릅니다. 진한 커피가 담긴 머그잔이 혼자만의 여유를 위한 '센스'라면, 가지런히 놓인 다기(茶器)의 은은함은 당신과 함께 하고픈 '마음'입니다. 일본차의 대가인 센리큐(千利休)가 "차는 느긋한 마음으로, 부드러운 감수성을 지니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대접하는 이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같은 의미지요. 마시는 이를 위하는 마음이 없다면 차를 우려내고 찻상을 준비하는 과정은 번거롭기만 할 테니까요.

물이 다 끓었습니다. 차에 어울릴 다과도 작은 접시에 담았고요. 이제 당신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을 건네렵니다. "따뜻한 차 한잔, 어떠세요".

글=신은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 전통 한방차 다섯 가지

일교차가 큰 날씨에 가족들 건강이 신경쓰인다면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전통 한방차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전통요리 연구가 한영용씨는 "몸에 좋은 약재로 만들어 꾸준히 마시면 '간단한 한약' 정도의 효능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며 "독특한 맛과 향이 있어 귀한 손님을 위한 접대용으로도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에 다양한 한방차 제품이 티백 등으로 나와있지만 재료를 골라 직접 만드는 정성이 맛과 효과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한씨가 추천하는 만들기 쉽고 환절기에 마시면 좋은 전통 한방차 다섯 가지.

◆ 솔잎차

선방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즐겨 마시는 깔끔한 차. 쌉쌀한 솔향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한방에서 솔잎은 피를 맑게 해주며 담배독을 제거하는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감기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솔잎은 한약재를 파는 경동시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산에서 자라는 소나무 잎을 따다 잘 말려 써도 된다.

▶만들기

① 가늘고 여린 새 솔잎을 깨끗이 손질해 그늘에서 말린다.

② 솔잎 1kg에 물 1.5ℓ의 비율로 넣고 끓이다가 꿀이나 설탕(1kg)을 넣고 달인다.

③ 50 ~ 60일 정도 숙성시켜 마시면 된다.

◆ 초록빛이던 산초 열매가 검붉은 구슬처럼 익기 직전인 이맘때가 제철이다. 주로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갈아서 넣어 먹는 산초는 매콤한 향과 맛을 내 속을 따뜻하게 덥히고 소화를 촉진한다. 또 기침을 멈추게 하고 항균 작용을 한다하여 예부터 민간요법에 다양하게 쓰인 약재. 몸이 찬 여성과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에게 꾸준히 마시게 해보자.

▶만들기

① 10월에 딴 약간 덜 여문 산초 열매를 송아리째 깨끗이 씻는다

② 끓인 물에 산초와 같은 양의 꿀이나 황설탕을 넣고 저어준다

③ 산초를 담은 항아리에 ②를 붓고 40일 정도 숙성시킨다

◆ 생강차

매콤한 생강차도 이즈음 어울리는 차로 빼놓을 수 없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가을 배와 둥글레.구기자 등을 함께 넣어 만들면 꿀이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한 맛이 난다. 감기약으로 마실 때는 마늘을 생강과 같은 양으로 함께 갈아 넣어 진하게 마시면 더욱 효과적.

▶만들기

① 물에 황정을 넣고 끓인 뒤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② 저민 생강과 구기자.배 약간 등을 넣고 한시간 정도 끓인다. 식성에 따라 설탕이나 꿀을 첨가한다.

③ 항아리에 담아 2주 정도 익힌 뒤 꺼내 다시 한번 끓여야 향이 좋다.

◆ 오미자차

오묘한 붉은 색감과 신맛.단맛.쓴맛.매운맛.짠맛이 어울려 아이들도 좋아하는 오미자차는 성질이 따뜻해 자양강장의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氣)를 보(補)하고 기침에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으며, 목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한다. 기억력.주의력을 향상시켜 준다 하여 수험생 건강차로도 인기있다.

▶만들기

① 오미자를 잘 씻어 색이 우러날 때까지 끓인다. 계피나 대추를 함께 넣어도 좋다.

② 꿀이나 설탕을 넣어 마신다. 강한 맛이 싫다면 정수한 물에 오미자를 하루 정도 담가 우려낸 뒤 찌꺼기를 걸러 마시면 된다.

◆ 감잎차

찬바람을 맞은 아이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감잎차부터 챙겨주자. 감잎에는 레몬의 20배, 시금치의 10배가 넘는 비타민C가 들어있다. 겨울철 피부관리와 피로해소에도 효과 만점. 맛은 녹차처럼 개운하면서 녹차와 달리 약산성이므로 많이 마셔도 장을 상하게 할 염려가 없으며 카페인이 없어 불면증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들기

① 감잎을 닦아낸 뒤 칼로 썰어 찜통에 찐다.

② 쪄낸 감잎을 햇별에 말린 뒤 그늘에 보관한다.

③ 마실 때는 물을 팔팔 끓이지 말고 75~80도 정도에서 우려내 비타민C 파괴를 줄인다.

*** 내 입에 맞아야 좋은 차

좋은 차(茶)란 어떤 것일까. 홍차 전문가 공은숙씨는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며 "정답은 '내 입에 맞는 차'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가격이나 등급을 따지기보다는 무수한 차 종류 중에서 내 취향에 들어맞는 맛과 향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 어떤 차를 골라 어떻게 마셔야 할지 고민하는 '티 비기너(tea beginner)'들을 위해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봤다.

◆ 홍차

일반적으로 줄기 가장 끝부분에서 딴 어린 잎을 발효시킨 것을 상등품으로 치고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홍차 매니어들은 차의 출하 시기를 먼저 따진다. 공씨는 "최상급 브랜드의 명차가 수입되길 기다리는 것보다 이름없는 산지를 찾아가 막 나온 햇홍차를 우려 마시는 편이 낫다"며 "와인 매니어들이 그 해의 보졸레 누보를 기다리듯, 홍차 매니어들도 유명 산지의 찻잎 수확 시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여러 산지의 찻잎을 블렌딩해 만든 블렌디드 티 가운데 공씨는 잉글리시블랙퍼스트와 애프터 눈 티를 권했다. 또 우유를 넣어 부드러운 밀크티를 만들기에는 아삼이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홍차를 우려내는 횟수는 두번 정도가 적당하며 우려내는 시간은 3분. 포트와 컵은 미리 따뜻하게 데워놓고 찻물로는 100도의 펄펄 끓는 물을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 잔에 차를 따를 때에는 농도가 균일해지도록 찻잔 주위를 돌려가며 따르고 '베스트 드롭(Best drop)'이라 불리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담도록 한다.

◆ 중국차

순천대 김영애(식품영양학과)교수는 "중국차의 특징은 재배 지역에 따라 맛과 향의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과 '생활차'의 개념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인은 밥은 굶어도 차는 마셔야 한다'는 말처럼 항상 휴대하고 다니며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반발효차로 구분되는 우룽차. 김 교수는 "초보자에게는 우룽차 중 발효도가 가장 낮아 부드러운 문산포종차(文山包種茶), 독특한 향을 찾는 이에게는 발효도가 높아 홍색을 띠는 백호오룡(白毫烏龍)이 좋다"며 특히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대만산 백호오룡을 추천했다. 우룽차 외의 다른 차종에서도 대만산이 중국산에 비해 고급차가 많이 수입된다. 중국차는 고산에서 생산돼 향이 뛰어나지만 현지에서 사지 않는 한 진품 여부의 확인이 어렵다.

중국차는 80도 정도로 물을 데워 처음 부은 물은 따라 버리고 두번째 잔부터 우려마신다. 살균도 되고 잎을 풀어주어 향이 살아나기 때문. 우릴 때마다 붓는 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 허브차

웰빙 바람을 타고 즐기는 이가 부쩍 늘어났다. 허브차를 구입할 때 가장 주의해 살펴야 하는 것은 유통기한. 1년 이상 지나면 향이 옅어지므로 그해 생산된 허브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신선함이 강조되는 만큼 외국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허브를 고르자. 매니어들은 재배 농원을 직접 방문해 보고 허브를 고른다고. 농약을 사용할 수 없고 가꾸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므로 어떤 사람이 기르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는 것이다. 흔히 마시는 라벤더와 캐모마일은 피로해소와 신경안정에 효과가 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페퍼민트와 말로가 좋다. 여러 종류의 허브를 혼합해 즐길 수도 있다. 혈액순환을 돕는 레몬그라스와 민트를 섞어 마시면 요즘 같은 환절기에 제격이다. 끓는 물을 부어 2~3분 정도 우리면 3~4차례 마실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레몬이나 꿀을 약간 첨가해주자.

촬영협조=소격동 큰기와집, 청담동 슈크레, 헤로즈 홀

*** 티타임을 풍요롭게

“오늘은 우리 집에서 모이자”
오랜만에 집으로 초대한 친구들에게 차만 달랑 내 놓기는 심심하다. 한방차에 어울리는 모양 좋은 다식을 곁들일 수 있다면 티 타임이 한층 여유로워질텐데…. 굳이 백화점까지 나가 사오지 않아도 된다. 단호박·고구마 등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 15분 안에 끝내는 다식 만들기.

◇단호박병=찻상을 화사하게 만드는 색감.
▶ 재료:단호박 1/2개, 잣·대추·건포도 약간
▶ 만들기
1.단호박을 전자렌지에 3분간 돌려 찐 다음 으깨어 둔다
2.김발에 단호박을 밥처럼 깔고 준비한 건포도와 잣 등 견과류를 넣어 김밥처럼 만다
3.먹기 좋게 썰어 담아낸다
◇고구마 손다식=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재미.
▶ 재료:찐고구마 2개, 송화가루 1작은술, 백련초와 꿀 약간
▶ 만들기
1.찐 고구마를 으깨어 꿀과 송화가루 등을 넣어 반죽한다
2. 젓가락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접시에 담아낸다
◇서여병=쫄깃하게 씹히는 마의 질감이 일품.
▶ 재료:산마 100g, 다진 땅콩 1작은술
▶ 만들기
1.산마를 깨끗이 씻어 어슷 썬 뒤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2.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를 지져낸다
3.꿀과 다진 땅콩을 묻혀 그릇에 담는다
◇더덕말이=어르신들이 즐겨 찾을 메뉴.
▶ 재료:더덕 3뿌리, 단호박 1/2개
▶ 만들기
1.더덕을 씻어 먹기 편한 크기로 손질한 뒤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2.단호박을 얇게 저며낸 뒤 더덕의 표면에 말아준다
3.팬에서 가볍게 지져내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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