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작품성만이 성공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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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달말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극장 개봉된 '무사 주베이' . 10일 현재 서울 관객이 약 1만명밖에 들지 않았다.

흥행성적이 저조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공동경비구역 JSA' 열풍. 관객들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는 'JSA' 로만 몰린 것이다.

하드 코어 계열인 만큼 관객층이 너무 좁았다는 분석도 있고, 무엇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한국 관객들이 아직 익숙지 않기 때문" 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는 안 통하는 것인가□ 그 대답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

'무사 주베이' 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변방적인 작품이다.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 등 일본 주류 감독들의 흥행작이 본격 소개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다.

다음달 개봉될 '인랑' , 12월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가 어느 정도 관객을 동원할지 영화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내년에 '붉은 돼지' '반딧불의 무덤' 등 대작이 개봉될 경우 그 파장은 선뜻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부는 최근 애니메이션 업체에 최고 20억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애니메이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또 많은 애니메이션 기획사들은 요즘 각종 제작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장인정신이다.한국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진지하고 예술성 높은 작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극장에 걸릴 예정인, 20억원의 제작비를 들였다는 한국 애니메이션 '해피 데이' 는 그런 면에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진정한 상업적 성공은 '선정성' 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미 보여줬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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