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olf&] 골프TV 미녀 넷, 알고보니 신기록도 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21면

연예인 뺨치는 외모에 톡톡 튀는 말솜씨로 골프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녀 4총사’가 그들입니다. 차분하면서 낭랑한 목소리로 골프 소식을 전해주는 이경연(38)·추보라(30) 아나운서와 투어 선수 출신으로 레슨을 담당하고 있는 최여진(34)·한설희(29) 프로. 이들은 특히 2월부터 J골프가 LPGA투어를 생중계함에 따라 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이번 주 Golf&은 골프 중계 방송과 레슨 프로그램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미녀들의 애환을 들어봤습니다.

글=문승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타고난 끼와 열정으로 이룬 꿈

미녀들과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기 위해 먼저 스튜디오로 향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이들은 핏속에 흐르는 방송인의 DNA를 감출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진기자의 요청이 없어도 자신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는 일은 베테랑 아나운서 이경연씨가 도맡았다. 여성 최초로 골프 캐스터를 맡았던 이씨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골프 방송에서는 여자 아나운서나 캐스터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남아 있다. 조금만 실수가 있어도 여자라는 이유로 질책을 받는다. 처음 일본여자프로골프 중계 캐스터를 맡았을 때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보다는 ‘여자가 무슨 캐스터냐’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KLPGA투어 프로 출신인 최여진·한설희씨도 “레슨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여자 프로가 무슨 레슨이냐’는 선입견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방송에 데뷔했을 때 여자라는 이유와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 남자 프로들이 주로 레슨을 하다 보니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고, 질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자보다 골프가 좋아요

골프 채널에서 방송을 진행하면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최여진씨는 “마이크가 꺼져 있는 상태 그대로 생방송에 들어간 적이 있다. 말소리가 나가지 않자 스튜디오 바깥에서 난리가 났다. 앞이 깜깜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J골프 매거진을 진행하고 있는 아나운서 추보라씨도 “생소한 골프를 이해하기 위해 밤낮을 책과 씨름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경연씨는 “골프 중계 방송을 앞두고 6개월 동안 선수들의 이름과 용어를 외우기 위해 밤잠을 설쳤다. 태어나서 공부를 이때처럼 열심히 한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들이 한결같이 고맙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박세리였다. 이경연씨는 “지금도 골프 아나운서 후배들에게 ‘우리는 박세리 때문에 먹고산다’고 말한다.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골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골프 시장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투어 프로 출신인 한설희씨도 거들고 나섰다. “세리 언니가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물꼬를 텄고, 대한민국은 골프 강국이 됐다. 여자 골퍼들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들은 모두 화려한(?) 싱글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눈이 높은 것은 절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직은 골프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배우자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최초·최연소 기록

‘미녀 4총사’ 가운데 맏언니인 이경연 아나운서는 2000년 8월 여성 최초로 골프 캐스터를 맡았다. 일본 여자대회 골프 중계를 맡았는데 처음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지만 방송 관계자들과 골프팬들은 ‘골프 중계는 당연히 남자가 맡아야 한다’며 여자가 골프 캐스터를 맡는 건 일회성으로 여겼다.

이씨는 “주니어 대회였지만 처음으로 현장에서 중계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담당 PD가 걸어서 코스를 답사해야 한다고 해서 무더위 속에 18홀을 돌다가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오기로 편견과 싸웠던 이씨는 2005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중계를 맡기도 했다.

그해 골프전문채널 J골프로 소속을 옮긴 이씨는 “방송을 하다 보니 시청자가 얼마나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인지 깨닫게 됐다”며 “철저한 관리로 예순을 넘어서도 활동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98년 프로에 데뷔한 최여진씨는 1년 동안 투어에서 뛴 뒤 곧바로 레슨 프로로 전향했다. 여자들을 위한 레슨 서적이 필요하다고 느낀 최씨는 2005년 국내 여자 투어 프로 가운데 처음으로 『최여진의 센스 골프』라는 레슨 서적을 발간했다. 2006년부터는 방송에서 생생한 골프 레슨을 통해 골프팬들을 만나고 있다. 중앙대 대학원(신문방송학과) 과정을 마친 최씨는 골프 방송 경험 등을 살려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다.


18번 NG의 추억

2003년부터 3년 동안 KLPGA투어에서 활동했던 한설희씨는 2005년 겨울, J골프에서 방송에 입문했다. 25세의 나이로 방송에 데뷔하면서 투어 프로 가운데선 최연소로 MC를 맡았다.

“첫 방송 당시 짧게 오프닝 멘트를 하는데 떨려서 18번이나 NG를 낸 기억이 난다. 지금은 생방송을 해도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투어 경험의 장점을 살려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여성 골프 캐스터가 되고 싶다.”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추보라씨는 어려서부터 꿈이 아나운서였다. 2007년 J골프 공채 1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추씨는 “골프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즈음 J골프에서 공채 아나운서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500명이 넘게 지원했는데 1등으로 합격했다”며 “골프는 신사들의 스포츠인 만큼 시청자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골프 전문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에 대한 철학을 물어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골프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존재다. 하지만 평생을 함께 가야 할 동반자이자 친구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골프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