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륜 있는 판사가 형사 단독 맡도록 검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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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 판결’ 논란을 계기로 법관 인사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1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사립학교 종교자유 상고심 공개 변론에 참석해 안경을 쓰고 있다. [안성식 기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1일 “국회 내 사법제도 개선특위를 통해 법관 자격 및 임용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륜이 없는 단독판사들이 ‘튀는 판결’을 할 수 없도록 검사·변호사·교수 등 법조 경험자 중에서 판사를 충원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황당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이 많다면 우리 사법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장이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이제 직접 나서 사법부를 개혁하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고 했다.

MBC PD수첩 제작진에 무죄 판결이 선고된 20일 오후 열린 법무부 간부 회의에서도 법관 임명제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한 간부는 “선출되지도, 견제받지도 않는 사법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또 다른 간부는 “현재처럼 임명직인 대법원장이 법관을 임명하는 데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엔 사법부 독립이 중요했지만 민주화한 지금은 민주적 정당성도 중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대표와 시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법관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내도록 하는 대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을 보장하는 대신 위원회와 같은 의견 수렴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법원장은 법관 임용과 전보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간부는 “현재의 법원 구조에선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를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그 결과 ‘편향 인사’ 시비가 일고 이것이 ‘편향 판결’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판사 임명권 및 인사권은 ‘편향 판결’ 논란과 관계가 없는 문제”라며 “경륜 있는 판사가 형사 단독을 맡도록 하는 것을 현재 대법원에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미국의 연방 법원 판사들은 대통령이 지명한 뒤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된다. 주 법원 판사들은 주지사가 지명한 뒤 주 의회의 인준을 거치거나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지방법원의 판사는 선거로 뽑는다. 프랑스는 고등사법위원회가 일반 법관을 임명한다. 독일의 경우 역시 합의기구가 판사를 임명한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대법원) 재판관은 내각이 임명하고 중요 선거 때마다 국민의 심사를 거친다. 

이철재·홍혜진 기자 ,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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