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유 값 천정부지 어민들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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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 4일 오후 주문진항에서 만난 오징어 채낚기 어선 선주 沈모(74)씨는 "올 겨울 보낼 일을 생각하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며 시름에 잠겼다.

고기잡이 수입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올들어 면세유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경영수지가 갈수록 악화되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백ℓ 한드럼에 4만7천36원(경유 공급가 기준)이던 어업용 면세유값이 지난달말 현재 5만6천9백44원으로 21% 올랐다.

게다가 지난달 25일부터 올 4분기(10~12월) 어업용 면세유 대해 지난 4일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입찰을 실시했으나 입찰에 참여한 국내 5개 정유사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모두 유찰됐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당초 지난 3분기 면세유 값보다 25~27% 인상된 요금을 요구하던 정유사들이 최근에는 2% 정도 낮춘 요금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 가격마저 도저히 수용할수 없어 계속 유찰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수협중앙회는 이때문에 지난 1일부터 임시방편으로 지난 3분기보다 12.9% 오른 6만4천3백40원을 임시 가격으로 정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16t급 어선을 보유하고 있는 沈씨의 경우 2개월간 조업을 위해 2백50드럼의 경유가 필요하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기름값이 1천1백75만여원이 들었으나 올 4분기의 경우 임시 가격을 적용할 경우 1천6백8만여원이 들어 37% 정도의 비용이 늘어나는 셈.

수협중앙회와 정유사간의 낙찰요금이 이보다 오를 경우 유류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沈씨의 어선은 지난달말부터 경상도 해역에서 조업을 하면서 일주일째 경북 죽변항에서 입.출항을 하고 있다.

주문진항의 오징어 위판가격이 20마리 한드름에 7천~1만원으로 죽변항에 비해 1천~2천원 더 받을 수 있지만 유류비 때문에 더부살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유류비가 전체 출어비의 18~20%를 차지하는 선망.기선저인망 등 대형 어선의 경우 면세유 값이 6만원을 넘으면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 출어를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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