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왜 올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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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올린 이유는 하반기 접어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때문이다. 금리를 올려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고 경제가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자' 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다.

올 들어 소비자물가는 넉달째 상승세를 보이면서 6월 0.5%, 7월 0.3%, 8월 0.8% 올랐고 9월에는 1.5%나 껑충 뛰었다.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으로선 금리인상을 더 늦추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달에 금리를 안 올리더라도 국제유가 급등 등에 따라 연말까지 내내 금리 상승압력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증시나 자금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실제로 금리인상이 단행된 5일 주가는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오름세를 보였고, 시장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은 이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철환(全哲煥)한은 총재는 "2단계 금융구조조정 추진 계획이 발표되면서 시장은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며 "최근의 신용경색도 일부 중견 대기업에 국한된 것일 뿐 전체적인 자금사정은 대체로 양호해 금리를 올리더라도 부작용은 없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도 금리인상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한은과 금통위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것이란 지적도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가능케 했다.

지난달 7일 금통위는 금리인상을 안건으로 올려놓고도 정부의 협조요청을 받아들여 인상을 유보했고,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는 중앙은행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이 뒷북을 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박사는 "물가안정을 꾀하려 했다면 물가 오름세가 두드러지기 전인 3~4개월 전에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 며 "시기가 늦어 물가억제 효과는 크지 않은 대신 기업.금융구조조정에는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고 지적했다.

소폭으로 그친 이번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연내에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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